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독재정권 붕괴를 맞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통치 기능이 저하된 국가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의 온상으로 변하고 있다. 군과 경찰 기능이 약화된 틈을 타 무장 세력이 거점을 구축, 전투원을 육성해 전 세계로 테러를 수출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북아프리카 지역의 리비아는 복수의 민병조직이 전투를 계속하면서 사실상 내전상태다. 2011년 이후 대량의 무기가 리비아로 유입돼 군과 경찰 출신자들이 무장, 민병조직을 이끌고 있다.
올해 1월 중순이후 유엔의 중재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가 시작됐으나 주요 민병조직은 협의에 불참해 실효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 일부 민병조직은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하는 등 IS세력이 리비아에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멘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1년 11월 독재정권이 붕괴한 후 혼란에 빠져있다. 지난 20일에는 이슬람교 시아파 민병조직 후티가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밀어내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예멘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의 거점이다. 지난 7일 발생한 프랑스 파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습격 테러도 AQAP의 범행인 것으로 보도됐다.
예멘 앞 아덴만 건너에 위치한 소말리아는 이슬람 극단주의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샤밥의 거점이다. 알샤밥은 소말리아 국내 뿐 아니라 케냐,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에서 폭탄테러를 반복하고 있다. 2013년 9월에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위치한 상업시설을 습격해 민간인 60명을 살해했다.
AP통신은 알샤밥은 자금력이 풍부하다고 전하면서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알샤밥 격퇴 작전을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가 통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이들 국가의 주변국과 미국, EU는 이들을 방치할 경우 자국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는 인식이 고조돼 대응에 쫓기고 있다. 미국은 소말리아에 군사개입을 시작해 알샤밥 간부를 살해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8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가 합동으로 리비아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군사개입 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국가 기능의 회복, 국가재건을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