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중에서도 고가…역시 ‘술’
호텔들이 판매하는 설 선물세트 중 가장 최고가를 기록한 제품은 롯데호텔서울의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 1945년산’으로 나타났다.
단 한 병을 한정 판매하는 이 제품의 가격은 5900만원. 웬만한 대기업 회사원 연봉, 수입자동차 한 대 가격과 맞먹는 금액이다. 이 제품의 경우 지난해 5800만원보다 100만원이 올랐다.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샤토 마고 2007년산, 샤토 무통 로쉴드 2007년산, 샤토 오브리옹 2007년산, 샤토 라피트 로쉴드 2008년산, 샤토 라투르 2008년산 등 프랑스 보르도의 5대 샤토 와인세트를 580만원에 판매한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올해 처음으로 ‘샤토 페트뤼스 2000’을 1600만원에 판매한다. 판매 수량도 세 병에 불과하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서울 코엑스는 유승민 수석 소믈리에의 와인 세트를 1300만원에 마련했다.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 샤토 페트루스 2007년산, 샤토 마고 2007년산, 샤토 오브리옹 2007년산, 샤토 라투르 2007년산, 샤토 라피트 로쉴드 2004년산, 샤토 무통 로쉴드 2007년산 등 총 6종으로 구성됐다.
◆수백만원 넘는 한우·굴비도 ‘눈길’
수백만원 이상의 설 선물세트가 '주류’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특급호텔들은 100만원이 넘는 한우와 굴비 등의 세트 상품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이 설 선물로 내놓은 ‘정일품’ 세트의 판매가는 500만원이다. 1+등급의 한우 모둠세트와 호주산 프리미엄 꽃등심, 프리미엄 양갈비, 궁중 활전복 장조림, 간장게장 등 열 가지 상품으로 구성했다.
이와 함께 호텔은 정이품 세트를 320만원에, 정삼품 세트를 200만원에 각각 선보인다.
그런가 하면 200만원이 넘는 굴비세트도 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은 220만원의 굴비세트를 판매한다.
호텔 측은 알이 가장 많이 차오른다는 오사리(음력 3월 곡우 이후부터 입하 전)때 어획한 알배기 조기를 법성포 바닷바람에 건조했고 굴비 크기도 30cm 이상 된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인데 이런 고가 선물을 내놓는 이유는?
특급호텔들이 선보이는 고가의 선물들이 내놓기가 무섭게 팔릴까? 절대 아니다.
‘부자 고객’들도 가격이 부담스러웠는지, 고가의 설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호텔 중 제품이 팔려나간 호텔은 한 두 곳에 불과했다.
일반 시민들은 오히려 위화감만 조성할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등포에 사는 김현수(35)씨는 “해마다 명절 때만 되면 수천만원짜리 주류세트를 판매한다느니, 수백만원짜리 명품 한우세트를 판매한다느니 하는 기사를 읽게 되는데 솔직히 그럴 때마다 위화감이 든다”며 “아무리 상류층이라도 그런 가격은 부담스러울 만도 한데 호텔에서는 왜 그런 제품을 해마다 내놓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명절 때만 되면 호텔들이 이런 고가의 상품을 판매하는 이유는 무얼까.
호텔업계 관계자는 “고가 선물세트는 VIP고객들이 제안할만한 이색적인 상품이라 마련했다”며 “고가 선물세트의 경우 아직 판매되진 않았지만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10만원 미만의 선물세트도 다양하게 준비했다”며 “고가 상품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고객의 선택폭을 넓혔다고 봐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호텔업체 종사자는 “이제 유통업계도 고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만큼 ‘호텔’에서 판매하는 설 선물세트는 더이상 의미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호텔 셰프가 준비한 선물세트, 소믈리에가 선정한 와인 선물세트 등 희소가치가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