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관계자는 28일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면서 저가 수주를 피하고자 일본·독일 업체들이 담합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라며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일본·독일 업체들은 5곳 내외로, 이들은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수년간 부품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종, 생산공장별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담합의 영향을 받은 차량이 몇 대인지는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현대·기아차의 생산량으로 미뤄 많게는 수백만 대가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자동차 부품 중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과 독일 업체들은 현대·기아차가 입찰을 실시한 부품에 대해 저가 수주를 피하고자 사전에 낙찰자를 합의한 뒤 서로 짜맞춘 가격대로 견적 가격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면 쏘나타 엔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만드는 일본 A사와 독일 B사가 사전 만남이나 전화로 A사가 낙찰받기로 합의한 뒤 각각 95만원(A사), 100만원(B사)에 투찰하는 식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낙찰받는 부품값이 85만원이라고 가정하면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한 대의 부품 하나에 10만원(95만원-85만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두 업체는 다른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B사가 낙찰받기로 합의, 이 부품 입찰에서는 역할을 바꿔 A사가 들러리 역할을 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부품은 3만개에 달하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부품값 인상은 자동차 가격을 엄청나게 끌어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라며 "아직 현대·기아차는 대중적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가격이 인상되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소비자들도 담합에 따른 가격 인상으로 피해를 본 셈이다.
담합 업체들에 대한 제재 수위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1년 생산량이 800만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많게는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되고 법인이나 담합을 주도한 간부에 대한 검찰 고발이 있을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3년 현대·기아차가 발주한 자동차계량장치, 와이퍼시스템 입찰에 참여하면서 담합한 덴소(일본), 콘티넨탈(독일), 보쉬(독일) 등 일본·독일계 업체 5곳에 총 11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들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