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을 앞세운 정부는 지난 20일 보완책을 발표하고 바로 다음 날 당정 긴급 협의를 통해 연말정산 보완대책의 소급적용 방침까지 내놓으며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야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및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책임자에 대한 문책에다 청문회까지 요구하는 등 증세 논쟁으로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에 매달리는 바람에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에 이어 소급적용 보완대책 마련까지 이어진 만큼, 야권은 이참에 현 정부의 증세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격화되는 연말정산 세금폭탄 비난 여론을 진화하기 위해 소급적용이란 응급처방까지 내놓으며 급한 불은 껐다는 자평 속에서도 혹여 '증세 논란'으로 번질까 여론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발빠르게 대처했으니 어느 정도 불길은 잡았다고 본다"고 했고, 나성린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라디오에 출연해 "모든 것을 파악해 일단 보완책을 제시했다. 3월 말에 모든 그림이 나오면 보완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것이니 그때까지 국민들도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연말정산 논란으로 야기된 야당의 법인세 인상 요구에서도 여권 내부에서도 현 복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선 증세 문제도 결국 공론화해야 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은 위선적 표현"이라면서 "세율과 세목을 올리는 것만 증세는 아니다. 깎아주던 것을 원상복구하는 것도 증세인데, 정부에서 증세가 없다고 하면서 증세를 하니 문제"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연말정산 소급적용을 위한 세법 개정안 마련에 반대 의견도 있어,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로 자중지란 조짐도 엿보인다. 5월 자영업자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 때도 비슷한 상황이 한 번 더 연출될 것이란 우려다.
여권은 연말정산 소급적용 논란을 두고 당 안팎의 여론을 취합하느라 분주한 반면 야당은 이번 기회에 관련자 문책 등 여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과 최 부총리를 거론하며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기재위 차원의 청문회 개최까지 들고나와 여당을 압박했다. 이번 대책에 대해선 땜질식 임시처방이라며 여야정과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4자 긴급논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위와 기재위원 연석회의에서 "이런 결과를 초래한 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한 관계 당국자들에 대해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 부자 감세 철회와 법인세 정상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박 대통령과 세법 개정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최 부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지난 세법 개정 과정에서 정부의 추계가 잘못된 점을 추궁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윤호중 의원은 "정부가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증세 의도를 숨기려고 국회와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선 정밀한 검증과 조사와 청문회가 있어야 하고 더 필요하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종학 의원은 "이렇게 소급입법을 하고 소나기 피하는 식으로 미봉책을 내세우면 누가 우리 세정을 믿고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겠느냐"며 "굉장히 우려할 수밖에 없는 국기문란 사태"라고 박근혜 정부를 정면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