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선진국의 원유 재고량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에선 저장 설비가 부족해 일부 업체는 유조선을 조달해 해상에서 보관하기 시작했다. 또 중국은 국제유가 하락세를 이용해 전략 비축을 늘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원유 재고량의 증가는 유가를 더욱 하락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20일 보도했다.
EIA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의 하루 생산량 3000만 배럴을 유지할 방침을 천명하고 있어 올해 말 원유 재고량은 6800만 배럴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석유기업 등 관련 업체는 저장시설의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EIA의 작년 9월말 시점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설비시설 사용률은 63%에 그쳐 아직 충분한 저장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원유에 대한 투자가 줄면서 저장설비가 거의 없어 해상에서 유조선을 이용한 저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스 해운업체에 다르면 전 세계 주요 원유 거래업체가 적어도 10척의 대형 유조선(VLCC) 조달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VLCC는 최대 200만 배럴의 저장 능력이 있으며, 2015년 전반기에는 과잉공급량이 하루 200만 배럴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VLCC 1척으로 1일 과잉공급량을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미국과 유럽의 저장능력 차이는 원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재고가 늘어나는 유럽의 경우 국제지표가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가 한 때 6년 만에 배럴당 45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달 중순 이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과의 역전 현상이 눈에 띠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을 받기 쉬운 원유로 최근 5년 동안 WTI보다 높은 가격을 기록해왔다.
한편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는 중국의 작년 12월 수입량이 하루 700만 배럴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작년 11월 처음으로 원유 전략 비축량을 공개하기 시작, 현재 9일분의 소비량에 해당하는 9100만 배럴을 저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국내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원유 수입을 늘려 비축을 확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