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예술감독 "돈주는 사람들 바보 아니다" 고액연봉 논란 일축

2015-01-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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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연장계약 안해..서울시향 콘서트홀·예산지원 확인돼야 재계약"


[19일 서울시향 정명훈예술감독이 신년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불거진 고액연봉논란과 조직의 사유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이런 질문 피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지만 말하겠다. 40년 전에 연주 생활을 시작했을 때 50달러를 받았다. 연주는 매번 오디션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못하면 거기서 끝난다. 다시 초대는 안하니까. 그 다음에는 60달러를 받았고, 점점 수준이 올라가서 오늘 이렇게 된 거다. 파리 일본 중국이던지 다 똑같이 비슷하게 달라고 얘기한다" 

 정명훈(62)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19일 기자들과 만나 '정명훈의 조직 사유화' 와 '고액 연봉'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해 박현정 전 대표의 막말 의혹과 함께 불거진 논란이다.

  먼저 '정명훈의 조직 사유화'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 감독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제 가족"이라며 "음악가들이 같이 모여서 연습하고 연주하는 것은 다른 일과는 좀 다르고, 이것은 사적인 일이 되며, 저는 단원들이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그것이 좋다고 보고 그렇게 더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액 연봉' 논란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서울시향 경영본부)도 바보가 아니라 그만큼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계약을 하자는 것 아니냐"며 돌려 말했다. 

 그는 "돈이 얼마나 드느냐를 떠나서 이 사람이 그만큼 일을 잘하고 있느냐다"라며 "'돈을 이렇게 받으면서 일은 잘못합니까' 하는 것은 돈을 주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하고, 그 사람들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만큼 일 할 수 있으니 그 물건을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2005년 이후 9년간 서울시향으로부터 140억원을 받았다. 1년 연봉으로 치면 15억원 정도 받은 셈이다.  

 정 예술감독이 취임하면서 서울시향도 급성장했다. 따져보니 취임 이전에서 지난해 말까지 서울시향의 연주 횟수는 2배, 관람객 수는 5배 이상 늘어났다. 유료 관객 점유율도 38.9%에서 92.9%로 2.4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티켓 판매 수입과 협찬, 후원 수입도 많아졌다.

 정 예술감독은 "시향 발전을 위해 제가 아예 돈을 안 받고 하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제가 로마에서 8년간 음악감독을 할 때 그렇게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향 예술감독 임기가 만료된 그는 아직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예술감독은 "지난해 알려진 것처럼 1년 연장한 것은 아니다. 계약서를 준비하는 동안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조건을 달았다. 서울시가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과 적정 예산 배정 등 지속적인 지원을 담보하지 않으면 향후 재계약은 어렵다는 것.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건립과 예산 지원하는 것이 확인돼야 계약하겠다.  그것이 개런티(보증이) 안 되면 계약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  
 

[정명훈 예술감독.]
 

조건을 단 바탕에는 자부심이 깔려있다. 정 감독은 "아시아에서 서울시향만큼 잘하는 오케스트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서울시향이 '말러 교향곡 9번'(공연실황) 앨범을 냈는데 아시아에서 지금 서울시향보다 더 잘하는 오케스트라는 없다"며 "제가 쉽게 칭찬하는 사람이 아닌데 제가 일본에서 많이 (지휘를) 해서 이런 말이 나온다"고 자평했다. "외국에서 들어온 것은 더 좋다 판단하는 경우 많았죠. 전에는 우리 오케스트라 외국과 상대가 안되었어요. 과거에는 공짜표를 줘도 안오는 연주들을 했는데 이제는 외국 오케스트라 초대하는 분들이 시향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는 하소연을 합니다."

 "10년 동안 단원들이 열심히 하고, 물론 시민들도 많이 후원해 수준이 많이 올랐다"는 그는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발전하기위해서는 세가지가 개런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음악가를 찾아야 하고, 세계적인 지휘자가 있어야 하고, 뒤에서 지원이 있어야 하죠. 세가지가 합쳐져야 발전을 하게 됩니다."

 정 감독은 자신이 서울시향을 맡을 당시 2008년도까지 콘서트홀을 지어주기로 약속받았다"며 "그런데 아직 시작도 못했어요. 최근 서울시향이 대구와 대전에 갔는데 대구시향, 대전시향 모두 자기네 콘서트홀에서 연습하고 연주를 하더라고요"라며 부러워했다.

 서울시향 예산이 3년 전보다 20% 가량 삭감된 점도 아쉬워했다. 올해 4월로 예정됐던 미국 주요 도시 투어 예산이 전액 삭감된 사실에 대해서도 "그것을 못가게 되면 우리 시향이 완전히 창피를 당하는 것"이라며 "세계무대에서 잘 돼가는 오케스트라인줄 알았는데 펑크내는 오케스트라라고 알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티인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피아노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지만 콘서트홀에 대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울시 측에서) 거의 결정이 됐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제 목표는 딱 한가지에요. 발전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희망(콘서트홀과 예산 지원)이 스러지면 모르지만 일단은 해야하죠.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을 받아내지 못하면 계속 (음악감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정감독은 계약을 하지않았지만 올해 12월까지 서울시향 프로그램이 구성된 만큼 음악감독으로서 지휘와 단원들 훈련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한 서울시향 콘서트홀 건립 대상지를 최근 내부적으로 세종로공원(8855㎡)으로 확정하고 올해 투자심사 등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면 2017년 착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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