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이른바 성장 가능성이 큰 제품군 및 시장 동향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락앤락의 행보는 실로 과감하다.
새해 시작과 함께 김준일 회장이 4000여개 제품군의 경쟁력을 재검토키로 했고, 이 중 매출 비중이 5% 미만인 700여개의 제품을 실제 정리하기로 했다. 3년 전 선보였던 생활용품 브랜드 'P&Q'가 대표적이다. 인력이 아닌 제품군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작년 9월 중국 심천과 북경 법인장이 잇따라 퇴사했다. 회사 내 최대 캐시카우인 중국 시장에서 급격한 매출 하락세가 이어진 데 따른 인사조치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한 달여 후, 김준일 회장은 김성태 관리부문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하며 투톱체제를 구축했다.
이러한 초강수에도 즉각적인 턴어라운드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9%, 87.4% 감소했다.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 짝퉁 문제, 특판사업 축소와 같은 대외 환경도 빠른 시일내에 회복되리라 장담하기 힘들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락앤락은 과감한 결정을 했다. 최근 40여종의 텀블러 신제품을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추진을 천명한 것.
기존의 핵심 제품인 밀폐용기가 아닌 텀블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은 상징적인 변화로 풀이된다. 타깃 소비층 역시 기존 주부층에서 보다 젊은층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락앤락이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일관되게 밀폐용기 전문기업이 아닌 주방용품을 포함한 생활전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온 만큼, 텀블러를 포함한 신제품들의 성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맞수인 삼광글라스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라이벌로 불리긴 했지만 사실 그간 삼광글라스와 락앤락의 매출 규모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락앤락이 주춤하는 사이 국내외에서 속도를 낸 삼광글라스가 격차를 좁혔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양사의 매출 차이는 900억원(락앤락 3154억원, 삼광글라스 2267억원) 수준이다. 과거에 비하면 큰 변화다.
여기에 락앤락의 텃밭이었던 중국 시장에서도 꾸준히 중국판매법인을 통해 홈쇼핑과 특판시장을 동시 공략하며 유통채널을 넓힌 것이 주효했다.
경착륙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주방용품 브랜드 '셰프토프'와 유아용품 브랜드 '얌얌'도 챙길 계획이다. 락앤락과 마찬가지로 밀폐용기만으로는 성장세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삼광글라스 관계자는 "국내와 중국을 제외한 해외에서의 매출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에서는적게나마 매출향상을 기대하고 있다"며 "셰프토프나 얌얌도 향후 마케팅에서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