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중 FTA, 문제는 소프트 파워다!…㈜친구·㈜하바드 대표 이우갑

2015-01-15 08:53
  • 글자크기 설정

한중 FTA와 한류의 미래

지난 10일 한중 FTA가 드디어 타결됐다. 이번 한중 FTA는 인구 13억 명, 연간 5천조 원에 달하는 거대 중국 시장의 빗장이 열렸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반대로 알짜배기 품목이 제외된 낮은 단계의 FTA라고 폄하되기도 했다.

필자의 회사는 저속엔진용 배기 밸브스핀들(Valve Spindle)에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조선기자재 제작업체이다. 엔진의 핵심부품인 밸브스핀들에 세계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회사들과 협력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한중 FTA 타결을 예상한 바, 중국에 거대한 공장을 세우는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한중 FTA 타결로 인해 중국시장 진출이 더욱 탄력 받을 것은 자명하다.

㈜친구·㈜하바드 대표 이우갑[사진제공=이우갑]

하지만 이번 한중 FTA 타결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분야는 조선업·자동차·철강 등이 아닌 바로 소프트 파워(Soft Power)다.

소프트 파워란 경제력, 군사력의 하드 파워(Hard Power)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Nye)가 1989년 처음으로 주장했다.

연성권력(軟性權力)이라고도 불리는 소프트 파워는 쉽게 말해 ‘문화의 힘’이다. 권력의 행사방식 측면에서 소프트 파워는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방이 원하도록 구성하는 능력을 말한다. 즉 소프트 파워는 ‘매력’이라는 다른 말로도 표현할 수 있겠다.

현재 미국은 경제력의 많은 부분에서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기며 초강대국의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21세기에 미국이 중국에게 진정한 의미의 패권을 내줄 가능성은 낮다.

그것는 바로 미국의 연성권력 때문이다. 이처럼 조지프 나이는 소프트 파워가 궁극적으로 경제적, 군사적 자산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제 1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고자 전 세계를 상대로 투자를 늘리는 등 무서울 정도의 빠른 경제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중국의 소프트 파워는 아직까지 덜 성숙한 상태이다. 이를 잘 아는 중국은 전 세계 123개 국가에 465개 공자학원과 그보다 규모가 작은 713개 공자학당을 설립했다. 하지만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기 위한 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몸집이 거대한(하드 파워) 어린애(소프트 파워)란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소프트 파워는 어떠한가? 전 세계에 퍼져있는 대중문화의 중심에서 미국문화가 단연 압도적이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미국문화를 지역적으로 그리고 몇 가지 분야에서 위협하는 유일한 문화가 바로 한류이다.

한류는 드라마, 케이팝(K-Pop), 게임 등에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정조준하며 달려가고 있다. 그 여파로 중국과 몇몇 아시아 국가들에서 한류로 인해 자국의 대중문화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한중 FTA 타결에서 가장 주목할 분야가 바로 소프트 파워이다. 중국은 한중 FTA 타결을 통해 그동안 막아왔던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처음으로 개방했다.

앞으로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공동으로 드라마, 영화, 케이팝 공연과 앨범, 방송용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의 다른 나라와의 통상협정과 비교해 볼 때, 한중 FTA 문화 서비스 개방은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중국 진출이 용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한류, 즉 대한민국의 매력이 13억 중국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미국 대중문화에 빠져 코카콜라를 마시고, 스타벅스를 즐기며 맥도날드 햄버거에 열광한다. 13억 중국인들이 소맥을 즐기고 한국 화장품을 바르고 한국 성형을 하는 것이 훨씬 빈번해질 것은 당연지사이다.

한국의 매력은 외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중국이 북한과 거리를 두고 한국과 가까워지는데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한중 FTA 문화 서비스 개방이라는 작은 날갯짓이 한반도 통일이라는 태풍을 몰고 오는 나비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자국 문화에 자부심이 강하고 외국 문화 침투에 그토록 민감했던 중국당국은 왜 한국 소프트 파워를 쉽게 받아들였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닌 매력이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시진 핑 중국 국가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지는 호감은 익히 잘 알려진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소프트 파워가 중국의 소프트 파워에 빗장을 열어 제킨 셈이다.

지금 동북아의 국제질서는 서슬 퍼런 냉기가 흐르는 전쟁터와도 같다. 한·중·일 삼국과 미국이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같이 복잡한 국제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와중에 매력적인 여성대통령은 대한민국에게 행운이 아닐 수 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