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지난달 20일 종영된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은 여러 사람의 인생을 180도 바꿔놨다. 아이돌그룹 제국의아이들 임시완을 배우 임시완으로 만들었으며, 이성민은 '믿고 보는 배우' 타이틀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묵묵하게 제 위치에서 연기한 김대명(김대리), 전석호(하대리), 태인호(성대리) 등의 배우는 '미생'을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누군가에게는 '반짝스타'로 보이겠지만 영화 현장과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닦아 온 이들이었다.
변요한(29) 역시 놀라울 만큼 적재적소에 배치된 배우다. 직장인의 애환과 지치는 삶 속에서 변요한은 능글맞고 밝은 캐릭터로 드라마의 분위기 자체를 바꿨다. 가볍게만 느껴졌던 한석율 캐릭터는 변요한이라는 배우를 만나 밉지 않은 직장인, 현실 세계에 들어온 이상주의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미생'이 방송을 시작하던 지난해 10월과 지금, 주위에서는 전혀 다른 배우의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지만 정작 본인은 흔들림 없었다.
"예전과 지금의 전 똑같아요, 달라진 외적 영향을 자연스럽게 생각하죠.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작품 이후 달라진 외부환경을 받아들이고 내려놓거나 혹은 꾸준히 갖고 가려고 합니다. 많은 사랑을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제 자신이 달라진 건 하나도 없어요. 미풍에 흔들리고 싶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내가 원래 살아가던 대로. 그렇게 지낼 거예요."
좋은 작품을 만났고 감사하게도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았다. 그 덕분에 인지도도 높아졌지만 변요한은 겸손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주변의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저 "한석율이라는 캐릭터를 만나 이해 지점을 찾고,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비슷한 부분을 증폭시키거나 감소시키며 오롯이 캐릭터에 빠져들려고 노력했을 뿐"이었다.
오랜 기간 무명의 시기를 보내고, 그럼에도 꼿꼿이 지켜온 배우의 길이었다. 누군가는 분명 '힘든 삶'이라고 정의하겠지만 본인은 그 시간을 즐겼다.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열정적인 그였기에 정말 중요한 것은 좋은 작품보다 함께하는 사람, 자신만의 경험과 관찰, 고민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다.
"작품을 시작한 순간부터 만났던 사람들과의 기억들이 계속 쌓인다. 그게 연기를 하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좋은 사람을 만나 연기에 최선을 다하고, 실패에 울다가 다시 일어나고…. 이런 순간순간이 연기를 욕심나게 하는 과정 같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미생'을 통해 얻은 것 역시 인지도나 선호도보다 '사람'이었다. "좋은 스태프와 출연진, 선배들과 같이 작업했다는 게 내가 '미생'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이라는 변요한은 "함께 울고 웃었던 기억이 추억이 되어 많이 그리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방송 내내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이어간 '미생'은 마지막회에서 8.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함께 했던 시간을 즐겼기 때문일까. '대박 시청률' 공의 일부를 변요한에게 돌리자 "내가 아니라 우리가 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누구 한 명이라도 삐걱거리면 좋은 작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드라마를 통해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고, 그걸 위해 희생하고 때로는 열정을 불어넣었죠.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까지 하나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배우에게 쉬운 연기란 없다. 연기 경력 30년이 넘는 중견배우도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변요한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 늘 연기를 어려워하고,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연기하는 매시간이 그에게는 선택의 순간이었고, 제 연기에 대한 칭찬이나 만족보다는 채찍질로 담금질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지나서 대한민국에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다.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는 그의 욕심을 대중은 응원한다. 그런 배우가 되기에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믿음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