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길 기자 dbeolf123@]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배우 황정민이 ‘천만배우’ 클럽에 가입한다. 1990년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우미관 지배인으로 연기에 첫발을 뗀 지 25년 만이다.
황정민 주연의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은 12일까지 누적 관객 984만 6076명을 모으며 1000만 관객에 불과 15만명을 남긴 상태다. 12일 하루 동안 16만명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인 기세를 볼 때, 13일 15만명을 무리 없이 동원해 이르면 오늘 1000만 관객을 돌파할 전망이다.
32편의 영화에 출연해 그중 24편에서 주연을 맡았던 황정민의 종전 최고 흥행작은 468만 관객으로 역대 박스오피스 62위를 기록한 ‘신세계’였다. ‘국제시장’은 개봉 15일 만에 ‘신세계’를 넘어서 황정민의 최고 흥행 영화가 됐다.
[사진=영화 '국제시장' 스틸컷]
황정민은 ‘국제시장’에서 혹독한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덕수를 맡아 “아부지,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라며 우는 아들을, “이렇게 모진 세상, 우리 애들이 아니라 내가 살아서 다행”이라며 평생 희생만 한 아버지를 동시에 보여주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우리의 역사를 대변했다.
‘국제시장’이 아니더라도 황정민의 연기력은 대중에게 의심을 산 적이 없었다. “스태프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이른바 ‘밥상 수상 소감’을 가능하게 한 영화 ‘너는 내 운명’(2005)에서는 수더분한 남자의 절절한 순애보를 보여줬고, 종전 최고 흥행작 ‘신세계’(2012)에서는 의리와 냉철한 카리스마를 겸비한 조직의 2인자 정청을 연기하며 “땡땡브라더”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사진=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스틸]
복싱 챔피언을 꿈꾸던 젊은 날은 어디론가 처박아 버리고 혼자 딸을 키우며 국숫집을 운영하는 덕규를 맡아 현실과 타협한 중년의 마음을 강렬하게 때리기도 했고(‘전설의 주먹’), 남들은 정신병자라고 말하지만 자신을 슈퍼맨으로 믿고 북극이 녹는다며 지구를 태양에서 밀어내기 위해 물구나무를 서거나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에 눈으로 레이저 쏘기 등 엉뚱한 행동을 일삼았던 현석(‘슈퍼맨이었던 사나이’)으로 묵직한 웃음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렇게 황정민은 수려한 연기로 우리 시대에 필요한 물음을 던지는 배우다. ‘국제시장’을 통해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너희가 아니라 내가 고생해서 다행’이라는 우리네의 아버지를 보여준 황정민의 뒤늦은 천만 클럽 가입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