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권 후보인 이인영 의원이 1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방문하며 ‘노동’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2·8 전국대의원대회(전대) 예비경선(컷오프)에서 비노(비노무현)계인 박주선·조경태 의원을 꺾은 이 의원은 본경선 초반부터 ‘세대·세력·시대’ 교체를 앞세워 빅2(문재인·박지원)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이인영 “비정규직 양산-근로자 부당 해고, 반드시 근절돼야”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비정규직 등 노동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예비경선 통과 직후인 지난 8일 첫 공식 일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간담회에 이은 민생진보 행보의 일환이다.
이 의원은 한국 사회의 노동 문제와 관련, “회사 편의만을 위한 비정규직 양산과 근로자 부당 해고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이는 이번 전대와 무관하게 건전한 노사관계 확립을 위해 법적·제도적 대안 마련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같은 날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사와 관련해선 “노동문제를 이례적으로 먼저 언급했지만, 현재의 이중적 노동시장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며 “또한 3년 내내 실체 없는 창조경제만 우려먹고 있으며, 소득주도 성장이 핵심인 민생 살리기 대책은 실종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대통령 입에서 어떤 말이 듣고 싶은지를 전혀 모른 채 눈과 귀를 막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불통 정권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힐난했다.
이인영 캠프 측은 민생진보 행보에 대해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이 상당히 폭넓게 깔린 상황에서 리더십과 세대 교체의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노동현장을 찾아다니는 민생진보 행보를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전대 초반부터 노동 행보에 방점을 찍은 것은 자신의 최대 강점인 ‘진보’ 노선의 깃발을 꽂고 선명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 의원은 19대 국회 후반기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맡으며 노동현장 정치를 펼친 바 있다.
◆판 흔든 이인영, 문제는 ‘대중성 확보’
정치권 일각에선 당내 진보노선을 이끈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11일 전격 탈당하면서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 간 계파 갈등, ‘진보노선 대 중도개혁’ 등의 노선 투쟁이 불가피, 이 의원이 빅2 틈새를 파고들 공간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새정치연합 전대 과정에서 ‘분열 책임론’이 변수로 떠오를 경우 ‘세대·세력·시대’ 교체를 천명한 이 의원의 존재감이 한층 부각될 수 있다는 애기다.
특히 패권주의 논란의 진원지인 친노그룹과 ‘문재인 때리기’를 통해 반사이익만 꾀하는 ‘비노그룹’만으로는 2016년 의회권력 탈환과 2017년 정권교체가 불가능한 만큼 이 의원이 ‘정당 혁명’을 고리로 민생진보의 길을 연다면, 그간의 약점으로 지적된 대중성을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의원도 11일 부산지역 대의원대회에서 “대세론이 시대정신이라면, 이인영은 오늘 반란의 길을 가겠다”며 “여러분의 가슴에서 세워지는 열정의 깃발은 세대교체의 깃발”이라고 정당 혁명을 주창했다.
이어 정 전 고문의 탈당을 겨냥한 듯 “언제나 출발은 단결이다. 오늘 우리 앞의 분열은 훨씬 더 긴급하며 치명적”이라며 “친노와 비노가 싸우고 민주당과 새정치가 갈등하며 심지어 사라지던 지역주의마저 부활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저마다 계파의 대표가 되고 지역맹주를 자처하며 분열해서 대결하고 있다”고 빅2(문재인·박지원)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 의원은 “분열을 그대로 두면 2016년의 총선 승리는 없다. 2016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2017년 대선 승리는 아예 없다”며 “나중은 없다. 지금 바꾸고, 반드시 총선에서 바꿔서 이겨야 한다. 과거에서 미래로, 분열의 리더십에서 미래의 리더십으로 바꿔야 한다. 여기서 정권교체 총선 승리의 길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열된 계파와 지역 맹주의 시대를 뛰어넘고 문재인과 박지원을 넘어 세대교체를 선택해 달라”며 “오늘 정 전 고문의 탈당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비판을 해야 하는 우리들이 우리의 옳음을 위해 혁신의 길을, 세대교체의 길을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