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시대를 대비하자-상] 100세 시대의 '맞춤형' 고용대책

2015-01-12 08:12
  • 글자크기 설정

'골방 노인'으로 모는 정책…'일하는 복지' 제도 만들어야

'무엇을 줄까' 보다 '어떻게' 고민해야

고령자 자립할 수 있는 환경 조성 필요

[그래픽=미술팀]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한국사회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올해를 정점으로 한국사회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다. 정부가 고령화 대책을 서둘러서 사회에 안착시켜야 하는 이유다.
<고령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기획시리즈는 
상> 백세시대 패러다임에 맞는 고용정책이 필요하다
중> 실버 재테크,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하> 고령화 사회의 실태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편집자 주>


고령 사회를 준비한다고 무턱대고 사회 복지 체계만 늘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먼저 100세 시대 패러다임에 맞는 고용 시스템 정비 등 경제적 시각에서 정책 입안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보험·연금 등 사회 복지 수준으로는 빠르게 진입하는 고령 사회에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보면 고령 사회와 관련 정책은 사회 안전망에 맞춰져 있다. 고령 사회를 ‘노인’으로 인식하고 돌봐줘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인 것이다. 사회안전망에 집착하다보니 정작 65세 이상 노인들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국가가 스스로 노인들을 ‘사회적 약자’로 분류하다보니 일자리나 생계유지도 국가에 의존하는 시스템이 고착화 되는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기 내걸은 복지재원 100조원 확보 공약 역시 고령 사회에 진입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

고령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지 못하면 정부의 복지 지원에도 불구하고 고령 사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국가의 노쇠화…고령사회 왜 심각할까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이유는 노동력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는 2017년 고령사회로 접어들면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불가피하다. 2021년이면 노동력 부족 현상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030년에 노동력 부족 규모가 28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이처럼 고령 사회는 사회적·경제적으로 국가의 노쇠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단순히 사회적으로 고령 사회가 임박하면서 정부가 미처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정책을 쏟아내다 보니 정부의 대책에는 중심이 제대로 잡혀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인구의 고령화를 사회복지 차원에서 고민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경제적 파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시스템을 지적하고 있다.

100세 시대 패러다임에 맞는 고용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이같은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65세로 정해진 현재 노인 기준을 끌어올리는 등 고령자 기준 상향 조정으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는 부분도 정책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다.

일각에서는 고령자의 경제적 자립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령자 신체적 특성에 맞는 스마트워크나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확산을 대안으로 꼽는다.

민간경제 연구소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고령 사회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면 한국경제 성장은 갈수록 둔화할 수밖에 없다”며 “노인을 단순히 거동이 불편하고 돌봐줘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정년 제도를 손질하고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고용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 고령사회에 대비한 ‘독일’…방치한 ‘일본’

세계에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국가는 일본, 이탈리아, 독일 등 3개국이 유일하다. 모든 국가들이 이들의 고령화 정책을 보며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일본은 고령화 시대를 대처하는 방식에서 성공과 실패의 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독일이 복지제도와 노동개혁을 통해 초고령 사회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다면 일본은 복지정책에 의존하면서 초고령 사회가 장기불황의 단초를 제공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내놓은 ‘초고령 사회 독일의 경쟁력 유지 비결’ 보고서에 따르면 초고령사회 진입 이후 독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평균 77.1%에 머물렀다. 일본(212.2%)의 3분의 1 수준이다.

독일은 고령 사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생산인구의 감소를 고령자와 여성인력 활용, 이민자 유입 정책 등을 통해 보충하고 2003년 이후 연금 개혁 등 복지 효율화를 이뤘다.

복지 지출 중 고령자 복지 지출의 GDP 대비 비중은 독일이 1980년 9.7%에서 2009년 9.1%로 낮아졌지만 일본은 같은 기간 3.0%에서 10.4%로 급등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성장잠재력 하락에는 고령화 영향도 있지만 독일과 비교하면 자본과 생산성 악화도 문제로 작용했다”며 “독일은 노동시장 개혁, 서비스업 투자 등에 힘입어 생산성과 자본 성장 기여도가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 사회 시스템 개선 급선무…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돼

한국이 고령 사회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고령인구 비중 증가에 대한 대증 요법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홍석철 서강대 교수는 “고령층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공적연금 같은 이전지출을 확대하고 고령층 가구의 고용을 늘리는 한편 퇴직연령을 연장해 소득 격차를 줄여야한다”고 조언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층 빈곤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복지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고령 사회에서 양극화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복지국가에 걸맞게 조세·재정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계속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의 빈자리를 국내 인력만으로 채울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성·고령층 고용이나 출산율 증대 정책만으로는 메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2020년대 이후에는 취업난보다 구인난이 더 심각해진다”며 “개성공단이나 외국인노동자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이런 다문화 요소를 포용하는 것이 고령사회를 극복하는 또 다른 요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