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한진그룹, 쌍용자동차, 넥센타이어 등 일부 기업은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대상 사업장임에도 의무를 외면하고 있어 사회적 책임회피 논란이 제기된다.
여기에 정부가 일부 개정한 영유아보호법이 지난 1일부터 시행돼 기업이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근로자에게 지원한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폐지되면서 직원들은 이중고를 겪게 됐다.
영유아보호법상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불가능하면 지역 어린이집에 위탁하거나 근로자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보육수당을 지원토록 하는 제도가 폐지돼 해당 사업장은 지역의 어린이집에 위탁하거나 반드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한진그룹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대신 매월 10만~20만원 보육수당 지급으로 영유아보호법의 의무를 대신했었다. 관련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보육수당 지급이 폐지되고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는 규모의 사업장임에도 현재까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설치를 뒷전으로 미뤘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쌍용차는 상시 근로자 4795명, 여성 상시근로자 112명, 보육대상 영아 1358명이지만 직장어린이집 의무설치를 이행하지 않았다. 쌍용차 관계자는 “서울 사무실은 직원 및 보육대상자 규모상, 평택공장은 장소확보가 곤란한 상황”이라며 “노사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전반적 운영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경남 양산시에 있는 넥센타이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 제조업이다 보니 남성 근로자가 대다수이고 사무직 여성근로자들은 미혼자가 대다수”라며 “회사만으로는 수요가 없어 지역 어린이집 위탁, 공단 내 다른 기업과 공동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들 대기업들이 직장어린이집 미설치 이유로 장소확보 곤란, 재정부담을 꼽았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직장어린이집 미이행 사업장에 포함됐던 대우인터내셔널, 한국지엠, 효성 등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을 보면 기업의 '의지'문제로 여겨진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그동안 직장어린이집 대신 보육수당으로 대체했었다. 그러나 이달 안에 인천 송도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약 562㎡(170평) 규모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돼 70명 아동을 보육할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을 오는 3월 2일 개원한다.
한국지엠은 자동차 제조업의 특성상 여직원의 비율이 타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직장어린이집을 올해 상반기에 개원 할 예정이다. 부평공장 근처에 약 496㎡(150평) 규모로 마련되며 70여명 수용이 가능하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효성도 장소확보 곤란을 이유로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를 외면했었다. 그러나 본사 4층에 있던 기존 사무공간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40명 보육이 가능한 직장어린이집을 만들었다. 올해 3월 초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효성 울산공장과 창원공장의 경우 공간 확보 등을 검토 중이다.
김윤희 보건복지부 직장어린이집 담당은 “맞벌이 부모들이 아이를 안전한 곳에 맡겨야 안심하고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있다”며 “고용노동부 등 협력부처들과 함께 본부처 합동으로 직장어린이집 설치 개선 준비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육수당 지급 폐지건과 관련, “당장 근로자 입장에서는 현금 불이익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현금성 급여를 지급하면 보육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아 해당 사업장이 실제 보육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유도하기 위해 개정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