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국내 패션뷰티업체들이 중국인들을 겨냥한 역직구몰 개발에 한창이다.
더 저렴한 제품을 찾아 쇼핑 영토를 넓히는 글로벌 소비자들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다. 역직구란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직접 구입하는 방식이다.
특히 한·중 FTA체결로 1000위안(한화 약 18만원) 제품 무관세 혜택이 본격 적용되면 중국발 역직구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제일모직 등은 지난해부터 중국어 지원이 가능한 자체 직접구매사이트를 개설하거나 글로벌 쇼핑몰에 입점하는 등 중국 직구족을 공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에뛰드는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 배송을 지원하는 '에뛰드 하우스 글로벌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미국 및 캐나다, 유럽지역에 에뛰드하우스가 알려지면서 국내 쇼핑몰을 통해 역직구를 하는 글로벌 고객들이 늘어나자 회사 측이 직접 역직구몰을 개설한 것이다.
에뛰드 하우스 글로벌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언어로 제품 판매 및 배송·브랜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에서 판매하는 거의 전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수요가 많은 중국 및 일본에서는 현지 법인을 통한 자체몰도 운영 중이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직접 구매몰에 입점하는 방향으로 역직구 고객잡기에 나섰다.
업체 측은 지난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B2C 해외직구몰 '티몰 글로벌'에 입점, 후·오휘·숨·빌리프·수려한·비욘드’ 등 총 6개 브랜드 500여개 품목을 판매한다. 특히 티몰 글로벌 입점을 기념해 출시한 '후 공진향 인양 2종 세트'는 열흘만에 5000개가 완판되기도 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 백화점에서 후 등 주요브랜드 매출이 100% 이상 성장하는 등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높다"며 "온라인 직구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일모직은 올 하반기까지 역직구 사이트를 오픈해 빈폴과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있는 MCM과 네이처리퍼블릭 등도 역직구 온라인몰 제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업계가 자체몰 개발에 서두르는 이유는 직접구매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대책을 마냥 기다리고 있다가는 중국 고객을 미국이나 일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 한국무역협회(회장 한덕수)가 운영하는 역직구 'K몰24'은 취급 품목수가 적고,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가 대부분이라 중국인들의 실수요를 충족시키기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들에게 한국 상품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천송이코트', '달팽이 크림' 등 그들의 구미를 당기는 인기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역직구몰이 필요하다"며 "무역협회가 운영하는 역직구몰은 무명브랜드, 배송비 문제 등 여러가지 한계점에 노출돼 아직 대중화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 해외 직구로 빠져나가는 돈이 매년 2조원에 달하지만 역직구로 들어오는 돈은 약 4000억원에 불과하다"며 "온라인 시장을 강화해 해외 직구족을 끌어와야 하는데 국내 쇼핑몰은 서비스가 제대로 안 돼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중국 고객들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중국 해외직구시장은 2013년 13조원에서 지난해 27조원으로 100%이상 성장했다. 이 금액은 내년에는 106조원, 오는 2018년 4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