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재 남북 당국자 회담 등을 통해 신뢰를 쌓고 포괄적 논의를 한 뒤 정상회담으로 대화 채널을 격상시키는 단계를 밟는 한편,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별개로 남북 간 대화에는 응할 수 있다는 '투 트랙' 구상을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행정명령 발표와 관련 우리 정부는 적절한 대응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상황을 예단해 이것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우리 정부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당국자도 북한에 추가 대화 제의를 할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이미 고위급 접촉 제안,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추가 제안 등을 다 했기 때문에 현재는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추가 제안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막후 비밀 접촉을 통해 사전 협상을 벌였던) 이전 정부들과 달리 현 정부는 공개된 통로로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단번에 뭔가 대단한 게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모든 것에는 단계가 있는데, 현재까지는 남북 간에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인식에 대한 박근헤 대통령의 판단은 오는 12일로 예상되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경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재개할 수 있다고 언급한 고위급 접촉을 북한이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단정하긴 힘들다.
통준위 명의로 제안한 회담에 응할 가능성은 더 떨어진다. 북한이 그동안 통준위를 '흡수통일을 위한 전위부대'로 비난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류길재 장관-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수석대표 체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다면 지난해처럼 수석대표의 격을 둘러싼 논란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수석대표에 대한 입장 변화없이 고위급 회담을 들고 나오면 대화 의지가 없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며 "김정은이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선택하기 쉽지 않은 옵션"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은 새로운 회담 틀을 꺼내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양건 통전부장은 자기의 대화 상대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또는 국가정보원장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고위급 접촉 또는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이나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내세운 고위급 회담으로 수정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