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 면세점, 제주도에서 '동상이몽'

2015-01-0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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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제주도 시내면세점 운영권을 놓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제주도에는 현재 제주공항면세점(한화갤러리아), 신라면세점(제주시), 롯데면세점(서귀포시) 등 3개의 외국인 전용 면세점이 있다.
이 가운데 서귀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은 오는 3월 계약이 만료된다. 롯데 측은 이번 기회에 서귀포가 아닌 제주시로 면세점 옮겨 오픈할 계획이다. 최근 단기 체류 크루즈 관광객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크루즈가 정착하는 제주항에서 서귀포까지는 왕복 2시간이 소요, 고객 유치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롯데는 지난달 31일 서귀포에 있는 면세점을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롯데시티호텔로 옮기겠다는 사업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럴 경우, 서귀포에 있는 면세점은 문을 닫게 된다.

문제는 현재 제주시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라면세점이 경쟁업체의 등장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신라면세점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제주시 연동에서 운영 중인 현재의 시내 면세점 외에 서귀포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신라호텔 안에 3933㎡ 규모의 면세점을 추가로 운영하겠다는 사업 신청서를 관세청에 제출했다.

롯데가 철수하려던 서귀포에 오히려 운영권을 신청한 것이다. 면세점 허가권을 가진 관세청이 주장하는 지역균형발전 조항을 100% 활용한 작전이다. 롯데가 의외의 일격을 당한 셈이다.

관세청은 지난 2013년 12월 관세법 개정 이후 제주도 내 지역간 균형 발전을 고려해 면세점 특허를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배분해 내주겠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롯데가 제출한 사업 계획서에 따라 기존 서귀포에 있는 면세점이 제주시로 이동할 경우, 신라가 운영 중인 연동 면세점과 위치가 겹치게 된다. 지역균형발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만일 신라가 서귀포에서 면세점 운영권을 따낸다면 롯데 입장에서는 제주도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최근 제주도에서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소리없는 전쟁을 펼치는 이유다.

면세점 업계 양대 축인 롯데와 신라는 이번 승부 결과에 따라 전체 판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 면세점 매출액 비율은 신라가 65%, 롯데가 35% 수준이다. 만약 롯데면세점이 제주시로 이전할 경우 신라와 매출을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라가 이번 사업권을 따내면 제주를 발판 삼아 전국적인 매출 비중을 더 확대해 롯데와의 격차가 좁혀진다.

이번 전쟁에는 건설업체인 부영까지 뒤늦게 뛰어 들었다. 부영 역시 매장 위치를 서귀포 중문에 있는 부영호텔로 제안했다.

롯데와 신라는 현재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뒤늦게 참여한 부영도 이중근 회장이 사업 계획서 마감일인 지난달 말 직접 제주를 방문, 서귀포여고에 기숙사를 건립해 기증했다.

한편, 정부의 추가 시내면세점 허용이라는 변수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제주에 시내 면세점 1곳을 추가 허가할 예정이다. 현재 신규 시내 면세점을 따내기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도 산하 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JTO)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JDC나 JTO는 기존 시내면세점 특허 결과에 따라 신규 면세점에 대한 입지 등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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