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모두 226개(수도권 66, 비수도권 160) 시·군·구가 있다. 이 가운데 딱 5개 시·군에만 4년제 대학이나 교육대학이 들어설 수 없다. 경기 동북부권에 위치하고 수도권에서도 소외지역으로 꼽히는 이천, 광주, 여주, 양평, 가평이 바로 그 비운의 주인공이다. 수도권 안에 위치한 66개 시·군·구 중에서 61개 시·군·구에는 4년제 대학 등이 서로 이전할 수 있는데도 유독 이 5개 시·군만 허용되지 않는다.
나는 도무지 왜 이런 해괴한 규제가 21세기에 우리 대한민국에서만 괴물처럼 존재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대학의 신설을 제한하는 것은 수도권 규제의 틀에서 이해한다 하더라도 수도권 안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학의 이전조차 막는 것은 대체 무슨 논리란 말인가?
인구가 많은 과밀이나 성장권역은 같은 수도권 안에서 4년제 대학을 서로 이전할 수 있게 하면서, 인구가 적고 낙후된 5개 시군(자연보전권역)에만 안 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과 법률제한의 '과잉금지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공업지역의 과도한 규제도 문제다. 국토법 상 공업지역은 기업투자를 최대한 활성화하기 위한 용도지역이다. 그런데 자연보전권역 내 일반공업지역은 보통의 공장 신․증설 허용면적이 고작 1천㎡에 불과하다. 시골집 앞마당 수준이다. 이 때문에 법 시행 이전에 들어선 기존공장 마저 증설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러한 고질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다보니 최근 10년간 탈규제를 위해 이천지역을 떠난 주요기업(종업원 100인 이상)이 7개가 되고, 유출된 순수 근로자만 5천여 명이나 된다. 인구 20만의 지역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아주 심각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겠다"며 강도 높은 규제개혁을 주문했다. "국민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악착같이 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천시도 이에 부응해 정말 악착같이 규제개혁을 하고 있다. 생활불편과제 84건을 발굴하여 중앙부처에 건의했고, 조례, 규칙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 69건을 폐지하거나 완화했고, 인허가 공무원 행태개선 교육 등 기업과 시민이 체감하는 규제혁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지방규제의 90%이상이 중앙규제에 따른 위임입법임을 고려하면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 막는 불량규제의 혁파는 중앙의 의지와 노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 동북부 5개 시군의 현실이 그렇다.
그런데도, 일부 기업인들은 마치 지방이 규제개혁의 큰 걸림돌인 것처럼 성토하는 것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제발 대통령께서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의 터무니없는 불량규제부터 단두대(斷頭臺)에 맨 먼저 올려 주시길 기대한다. 이것이 나의 새해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