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물고기 박사’ 부경대 허성범 교수

2015-01-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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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범(사진) 부경대학교 해양바이오신소재학과 교수. [사진=부경대 제공]


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 "물고기 잘 기르려면 물고기 마음을 알아야죠. 학생들이 나와는 다른 또 하나의 생명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고귀한 삶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물고기를 잘 기르려면 물고기와 소통해야한다"고 가르쳐온 ‘물고기 박사’ 허성범 부경대학교 해양바이오신소재학과 교수(66세)가 내달 정년퇴임한다.
그가 퇴임을 앞두고 ‘물고기 사랑 시’를 엮은 시집 '물고기 마음'을 발간, 제자들에게 선사해 화제다. 그는 학기마다 학생들에게 물고기 마음을 주제로 시를 써서 제출하라는 과제를 내왔다. 그 중 최근 10년 동안 학생들이 쓴 시 350편을 골라 시집을 만든 것이다.

금지원 학생(3학년)이 쓴 ‘아귀’라는 시를 보자. "찢어진 큰 입/무시무시한 이빨/흉측한 너의 모습/험상궂은 너의 모습/물고기도 무서워하고/사람도 무서워 피하지만/겉과 속이 다르다는 걸 안다/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안다/모두가 싫어해도 나는 네가 좋다/독특하고 개성 있는 네가 좋다."

그는 왜 이런 과제를 냈을까? 그는 "학기마다 물고기를 기르는 방법부터 강의를 시작하는데 과학기술의 지식만으로는 물고기를 잘 기를 수 없다"면서 "물고기 마음도 배려할 줄 알아야 잘 기를 수 있기 때문에 시를 지으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식생태학이 전공인 허 교수는 지난 1982년 부경대 전신 부산수산대 부임 이후 해양생물을 인위적으로 배양하고 유용한 바이오 소재를 개발하는 방법을 교육·연구해왔다.

허 교수는 "물고기 잘 기르는 기술은 결코 많은 과학지식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은 것은 이 공부를 시작한 한참 뒤인 50대 전후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과학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물속 미물들과의 순수한 소통이었다"면서 "깊은 침묵 속의 섬세한 관심은 누군가를 위한 인내이며 희생이며 사랑인데 이런 진실한 기도와 같은 마음만이 인간의 언어를 초월해 물고기와 대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부경대 전신 부산수산대 양식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Nantes대학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경대에 있는 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인 '한국해양미세조류은행'과 해양생명자원기탁등록기관인 '유용해양플랑크톤은행'을 운영하는 등 평생을 양식분야 발전에 헌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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