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대원, 에볼라 노출 가능성은?

2015-01-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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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바이러스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파견돼 에볼라 환자를 돌보던 국내 의료진이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각) 채혈 중 주사기 바늘에 닿은 것으로 알려져 에볼라 감염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파악된 정황으로 볼 때 주삿바늘이 손가락을 찌른 게 아니고 바닥 쪽을 스치듯 닿은 정도인데다 에볼라 감염 때 나타나는 증상이 아직 발현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에볼라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예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설령 감염 위험이 있다고 해도 에볼라 치료경험이 있는 격리된 의료시설에서 제대로 된 전해질·수분 보충 등의 치료를 충분히 받는다면 치료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에볼라 치료과정에서 주사기 바늘에 찔려 에볼라에 감염됐던 미국인 의사는 50시간만에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은 끝에 완치 판정을 받은 선례가 있다.

그는 이 같은 자신의 치료사례를 국제학술지(The American Society of Tropical Medicine and Hygiene) 최근호에 논문으로 공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의대 소속의 의사 루빈슨 아담스는 시에라리온의 한 병원에서 에볼라 환자를 진료하던 중 왼쪽 엄지손가락을 주사기 바늘에 찔려 에볼라에 감염됐다.

한국 대원의 경우 에볼라 양성환자를 대상으로 채혈하던 중 환자가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왼쪽 두 번째 손가락(손바닥쪽)에 주삿바늘이 닿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아담스는 주삿바늘이 손가락을 찔렀고, 한국인 의료인은 주삿바늘이 손가락 바닥 쪽에 스쳐 닿았다는 점이 다르다.

현재 주사기 바늘에 찔리는 등의 에볼라 감염 우려 사고에 대한 현실적인 치료법은 두 가지다.

환자에게 에볼라 약독화 생백신을 처방하거나 RNA 간섭 치료를 하는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두 방식 모두 아직 인체에 대한 사용 경험이 많지 않아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게 이 분야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아담스의 경우 주사기 바늘에 찔린 뒤 미국으로의 신속한 후송 결정이 치료에 주효했다. 그는 약 50시간만에 미국 메릴랜드 공항에 도착했으며, 곧바로 NIH에 마련된 격리시설에 수용돼 치료에 들어갔다.

아담스는 미국 도착한 후 자신에게 나타난 에볼라 감염증상에 대해 “고열과 오한이 반복돼 나타나는 열성질환이 있은 후 끔찍한 두통이 뒤따랐다”고 밝혔다. 이런 증상은 에볼라 감염자의 초기 임상증상과 일치하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후 심한 메스꺼움과 많은 양의 설사가 이어졌지만 응급상황에 훈련이 잘된 NIH 의료진의 도움으로 수일 만에 초기 에볼라 감염 증상은 호전됐다.

지난해 에볼라 감염 환자를 분석한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의 논문에서도 동일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 논문을 보면 에볼라 감염환자들에겐 감염 후 시간 차이를 보이긴 했지만 고열과 설사, 구토 등의 소화기 장애 증상이 주로 관찰됐으며 이 때문에 전해질이 손실돼 체내 임상증상이 더욱 심각해졌다.

따라서 의료진들은 무엇보다 에볼라 감염 환자들에 대한 전해질 및 수분 보충에 주력하고 있다.

에볼라의 대표적 증상으로 알려진 출혈은 연구내용별로 차이가 있지만 2014년 에볼라의 경우에는 전체 환자의 5% 미만에서만 심각한 출혈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당시 NIH에서는 아담스에 대한 격리 치료 후 에볼라 감염 증상이 완전히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외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인 21일 동안 그에게 외출이 허용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 한국인 대원의 경우도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독일의 병원에서 1월 20일까지는 격리치료가 이뤄질 전망된다.

이근호 제주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주삿바늘에 찔린 미국 의사의 경우 50시간이 지난 후 에볼라 감염 증상이 나타났던 만큼 이번 경우도 향후 증상 발현 여부를 좀 더 세밀히 관찰해야 한다”면서 “감염 여부를 떠나 향후 제대로 갖추어진 의료시설에서, 제대로 된 임상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가 환자의 예후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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