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국내 시공능력평가 25위의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연초부터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 상태다. 쌍용건설·LIG건설 등이 매각을 진행 중이고, 경남기업이 수주에 물꼬를 트고 있지만 대부분의 구조조정 기업이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부건설의 부채는 금융채무 3606억원, 상거래채무 3179억원으로 총 6785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1일 동부건설 거래 비중이 큰 중소기업 23곳을 대상으로 긴급 신용위험평가 절차에 착수했으며, 1개월 내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가 결정된다. 동부건설의 존속가치는 2조4000억원으로 청산가치(1조8000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동부건설을 비롯해 여러 건설사들이 매년 회사채 만기 상환 압박에 시달려 왔다"며 "동부발전당진 등 핵심 계열사 매각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로, 건설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시공순위 100위 내 워크아웃(7곳) 또는 법정관리(10곳) 중인 건설사는 총 17곳(동부건설 제외)이다. 지난해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졸업한 반면, 벽산건설·성원건설은 파산했다.
이 가운데 쌍용건설(19위)은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인 두바이투자청(ICD)이 실사에 들어갔으며, 다음 달 투자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두바이투자청은 쌍용건설 매각 본입찰에서 2000억원 안팎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26위)은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고양삼송 A11-1블록 아파트(행복주택) 건설공사 7공구와 화성봉담2지구 A3블록 아파트 건설공사 1공구를 총 745억원에 수주해 유동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금호산업(20위)은 채권단이 보유 지분 57.5%를 올해 상반기 중 매각할 경우 워크아웃에서 졸업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반면 최근 현승컨소시엄이 606억원에 인수하기로 투자계약을 맺은 LIG건설(85위)은 앞서 2번의 M&A 실패로 부담이 큰 상태다. 현승컨소시엄은 다음 달 17일까지 인수대금을 지급하면 회생계획 변경을 위한 관계인 집회를 거쳐 LIG건설의 대주주가 된다.
동양건설산업(63위)도 지난해 10월 EG건설이 본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대금 160억원을 지급했으나, 관계인집회가 한 달가량 연기되면서 M&A 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감자 결정을 두고 주주들이 반대에 나선 상황이다.
이밖에 STX건설(48위, 법정관리), 신동아건설(55위, 워크아웃) 등이 재무구조 개선에 애를 먹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M&A 등의 기회가 와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업황이 여전히 불안정해 자생력 회복 등을 고려할 때 조기졸업도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