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 JUMP] 리폼코리아, 한국경제 체질을 바꿔라<1>-노동개혁

2015-01-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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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기적' 독일 하르츠개혁, 한국형 성공모델 찾아야

영국, 노동시장 유연화·노사 대타협…11년 만에 세계 GDP 4위

독일, 기간제 근로자 연장 등 시행 5년 만에 고용률 70% 달성 성과

[그래픽=아주경제]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2014년 한국경제는 세월호 사고 이후 극심한 침체를 겪으며 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못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저성장과 일본의 양적완화로 인해 대외경제도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이같은 한국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에 체질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제가 개혁을 하지 않으면 글로벌 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2015년에는 중장기적 안목으로 한국경제 체질을 개선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리폼 코리아는 노동, 금융, 공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작업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구조개혁 과제 가운데 ‘노동개혁’을 1순위로 꼽았다. 모든 구조개혁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을 노동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정부는 영국과 독일 등 경제위기를 겪은 국가들이 노동개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바탕으로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무작정 선진국의 시스템을 한국사회에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가 롤 모델로 삼은 독일의 ‘하르츠 개혁’에 의존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정부가 하르츠 개혁을 어떻게 한국형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정부에서는 노동개혁 시작도 전에 노동계와 엇박자를 내며 진통을 겪었다. 노동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 영국의 노동개혁 11년…꾸준한 정책 신뢰의 성과

영국과 독일은 모두 경제위기를 극복한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국가가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했을 때 출구전략을 사용한 것도 ‘구조개혁’이다. 이 가운데 노동개혁은 영국과 독일이 생존하는데 가장 영향력이 컸다.

그만큼 노동개혁은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노동개혁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독인은 5년, 영국은 무려 11년을 노동개혁에 집중했다. 정부가 일관된 개혁 정책을 펼치지 않는 이상 구조개혁은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하다.

영국은 과잉사회복지, 공공부문 비대화, 초강성 노조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1973년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과 파운드화 폭락사태로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이에 영국은 1976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처 정부는 노동개혁을 필두로 강력한 구조개혁을 추진한다. 이 구조개혁은 1990년까지 무려 11년간 추진되는 대대적인 개혁이었다.

특히 노동부문은 이미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초강성이 돼버린 노조와 정면충돌하는 등 쉽지않은 과정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간부의 면책특권 제한(1980년), 노조파업 결정시 비밀투표 의무화(1982년) 등을 통해 비대해진 노조권력 약화를 추진했다.

또 석탄산업 구조개혁에 맞서 1984년 3월부터 1년이 넘는 파업으로 대응한 탄광노조를 원칙에 입각해 처리하는 공격적인 정책을 폈다.

초강성 노조의 힘을 약화한 대신 이윤을 기업과 배분하는 당근책도 내놨다. 노사공동협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종업원지주제, 이윤배분제 등을 통해 협력적 노사관계를 정립했다.

구직자수당을 도입해 구직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을 제공하고 2년 이상 된 실업자에 대한 기술교육비 지원 등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방향으로 사회보장제도 개편도 단행했다.

영국은 이같은 11년간 구조개혁으로 1980년대 중반 이후 개혁의 성과가 가시화됐다. 민간부문 활력이 제고돼 1990년대 들어 유럽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시현했다. 경상 GDP 세계순위는 1999년 이후 프랑스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노동개혁은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와 해외직접투자 유입 증가, 공기업 민양화 등 연쇄적인 효과가 나타나며 고용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 고용률 확대·일자리 창출의 정석…독일 하르츠 개혁

지난 2003년 시행된 독일 하르츠 개혁은 아직도 고용률 확대와 일자리 창출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진다. 영국과 달리 실업률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독일이 4년간 공들인 하르츠 개혁은 노동시장이 경제에 얼마나 영향력이 막강한지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독일은 1990년 10월 서독과 동독의 통일 후 성장률 둔화, 실업률 상승,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독일의 성장률과 실업률은 1992년 가각 1.5%와 6.3%에서 1999년 1.8%, 8.1%까지 치솟았다.

특히 통일비용과 연계된 과도한 사회보장지출, 해고에 대한 강한 규제 등이 근본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독일 노동시장 개혁위원회는 2002년 노동시장 시스템에 대한 13개 혁신안을 발표하고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하르츠 Ⅰ~Ⅳ를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노동개혁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해고보호 완화,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신규채용시 수습기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 등을 담았다.

이와 함께 연방노동청 기능을 실업자에 대한 일자리 알선 위주로 재편하고 실업급여와 사회보장 통합을 통한 사회보장 재정악화 방지 방안도 포함시켰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으로 2008년 고용률 70% 달성에 성공한다. 2004년 이후 4년 만에 성과다. 개혁 이후 고용률이 경기둔화, 인구구조 변화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속 상승하면서 하르츠 개혁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일자리 기적’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상당한 파급력을 몰고 왔다.

◆ 공감대 형성이 우선…정부도 확실한 어젠다 내놔야

박근혜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 핵심인 구조개혁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최우선순위로 설정했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 최경환 부총리, 이기권 고용부 장관 등이 노동시장 개혁이 경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며 공식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노동시장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이 벽을 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며 “노동시장 개혁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서로서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만 고통분담에 기초한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구조개혁의 가장 높은 정책 우선순위는 노동시장에 둬야 할 것”이라며 “노사정 대타협을 비롯해 여러 과정과 절차를 거쳐 반드시 노동시장에 대한 개혁 과제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의 동참은 미온적이다. 정부의 확실한 노동개혁 어젠다를 공유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작정 독일식 노동개혁을 강조하는 정부를 노동계에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노동개혁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중규직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까지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중규직은 또 다른 이름의 비정규직”이라며 “지금 정부가 해야할 일은 중규직이라는 창조적인 현대판 카스트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법의 허점을 악용해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기업에 대한 철저한 근로감독과 불법적인 사내하도급 근절을 위해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무작정 독일식 노동개혁을 도입하려는 것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 한국경제에 도입될 경우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명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롤프 마파엘 주한독일대사는 최근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하르츠 개혁이라는 게 2003년부터 시작한 것인데 굉장히 포괄적”이라며 “경제상황에 따라서 사회복지라든가 이런 것들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의 구조개혁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독일식 구조개혁에 집착하는 것은 또 다른 거부감을 형성할 수 있다”며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여기에 맞는 구조개혁 모델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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