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고추장을 사가면서 중국인의 한국 고추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펑 여사가 고추장을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비롯한 국내외 소비자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고추장 수출은 972t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0% 급증했다.
고추장은 고려인삼·생우유 등 인기 상품과 함께 중국 주력 수출품이다.
중국인의 절반이상은 '한국' 하면 떠오르는 식품이 '고추장'이라고 답변한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25∼59세 중국 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된장·고추장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인식과 태도'를 조사한 결과, 고추장 하면 떠올리는 국가로 한국(53.0%)을 꼽았다.
특히 이들은 고추장 맛에 대한 평가점수를 100점 만점에 평균 87.5점을 매겼다. 한국 고추장은 매운맛과 단맛, 짠맛 등 다양한 맛이 나 계속 먹고 싶어지는 중독성이 있다는 게 이유다.
전혜경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중국에서 젊은층을 위주로 고추장 수요가 늘고 있다"며 "한국 고추장을 이용해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 레시피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추장은 고춧가루를 주원료로 찹쌀과 메주 등을 섞어 만든 대한민국의 전통식품이다. 한국요리에서 고추장의 쓰임새는 매우 다양하다. 된장, 간장과 함께 대표적인 전통 양념 중 하나인 고추장에 대해 알아본다.
◇한국의 발명품 고추장…비법은 메주
고추장은 매운 맛, 단맛, 신맛, 감칠맛이 한데 어우러진 조미료로 음식에 두루 사용되는 한국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린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식품연구원 등에 따르면 고추장 만드는 방법에는 보이지 않는 과학이 숨어 있다. 그 열쇠는 바로 메주에 있다. 메주는 장을 만드는 기본재료이다. 고추장 메주는 삶은 콩이나 혹은 콩과 쌀을 함께 쪄서 만든다. 여기에 황국이나 고초균, 기타 미생물 등이 메주를 띄우는 과정에서 전분 분해효소나 단백질 분해효소를 발생한다. 메주 내부를 보면 청국장처럼 실이 생성된 것을 보면 고초균이 관여함을 알 수 있다. 유익한 미생물인 고초균은 공기, 마른 풀, 하수, 토양 등 자연계에서 널리 분포해 있다. 특히 유해균 등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추장은 전분질 원료에 메줏가루와 고춧가루, 소금, 엿기름을 넣어 만든다. 사용되는 전분질 원료에 따라 고추장의 종류는 다르다. 평야가 많은 전라도 지역에서는 쌀이나 찹쌀을 이용했으며 충청도와 경상도의 경우에는 보리를 넣어 만들어 먹었다. 강원도는 차조, 보리, 밀 등을 사용했으며 제주도의 경우 서귀포 서쪽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쌀을 생산할 수 없어 밀가루 죽을 엿기름에 삭힌 후 엿을 고듯이 졸여서 담갔다. 찹쌀의 가공형태에 따라 식혜고추장, 떡고추장, 밥고추장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임금의 수라상에 올려진 순창고추장
고추장은 전라북도 순창군이 유명하다.
순창이 고추장이 유명한 이유는 좋은 물과 영양가 높은 토질, 낮은 습도와 기온편차 등 천혜의 자연조건 때문이다. 순창은 연평균 12.4도, 습도 72.8%, 안개일수 77일로 고추장이 발효되는 데 최적의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고추장의 40%가 순창에서 생산된다. 고추장을 비롯해 된장·간장·청국장 등 전통장류들이 대부분 순창 지역의 특산품이다. 순창지역에서는 동지 전후에 메주를 띄우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더운 계절인 여름 끝 무렵에 고추장 메주를 만든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고추장 메주를 콩과 함께 쌀을 넣어 만든다. 쌀을 넣으면 전분 분해효소의 활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순창고추장은 진상품 중 하나였다.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고려 말 이성계가 황산대첩을 통해 왜구를 무찌르고 남부지방을 평정한 후 무학대사를 만나기 위해 순창을 들렀다. 두 사람은 순창의 한 농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때 이성계는 고추장의 전신인 '초시'를 맛보고 반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순창고추장의 맛을 잊지 못해 이를 진상하라는 지시를 했다. 이때부터 순창고추장은 진상품으로서 유명세를 타게됐다.
◇암예방·비만억제에 좋은 고추장
부산대학교 박건영 교수에 따르면 고추장은 항 돌연변이 효과를 증진시키며 특히 전통고추장의 효과는 그중 가장 큰 것으로 보고 됐다.
또 서영준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는 고추의 캅사이신(Capsaicin)이 항산화 항염증 작용 외에도 조직의산화적 손상을 보호하고 종양촉진을 억제하며 암세포 처리 시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는 작용을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고춧가루에서 추출한 회분은 아플라톡신(Aflatoxin·생리적 장애를 일으키는 물질) B의 돌연변이 효과를 억제한다. 고춧가루는 건위제로 피부를 자극해 혈액순환을 돕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고추의 비타민은 고추장으로 전환될 때 없어지므로 고추장을 이용한 음식을 만들 때는 고춧가루를 추가로 넣어주는것이 좋다.
고추장에는 자연에서 유래된 유산균속(Lactobacillus) 등의 미생물이 정장작용 효과를 발휘한다.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인 캅사이신은 적당량을 섭취하면 비위를 가라앉히고 안정감을 주며 땀을 배출해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 감기 등과 같은 각종 질병의 예방과치료에 좋다.
주종재 군산대 교수에 따르면 전통고추장은 고지방식에 의해 증가된 체지방 축적량을 무려 53% 억제시키고 에너지 소비량도 증가시켰다. 고춧가루에 의해서는 그 효과가 고추장의 절반 이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추의 캅사이신뿐 아니라 고추장의 주요 성분인 메주가루, 찹쌀가루, 고춧가루등이 함께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고추장에서 비만 억제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고추의 캅사이신 듬뿍 담긴 고추장
고추장은 그 영양적인 면에서 어느 나라의 전통음식 못지않게 뛰어나다. 고추장에는 단백질, 지방, 비타민 B2, 비타민 C, 카로틴 등과 같이 우리 몸에 유익한 영양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고추와 고추씨의 함유성분인 캅사이신은 고초균(Bacillus subtilis)에 대한 항균작용이 있다. 아울러 베타카로틴(Beta carotene),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된 고춧가루는 항 돌연변이 및 항암작용이 있다.
최근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인 캅사이신의 항암효과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기존에는 독성물질로 오인받기도 했던 캅사이신이 위에서 생성되는 대표적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Nitrosoamine)의 돌연변이성을 억제하고, 암 세포 처리 시 아포토시스(Apoptosis)를 통한 암 세포의 자살을 유도해 항암작용을 나타낸다고 연구결과가 최근 보고되고 있다.
또 캅사이신은 혀의 미뢰를 자극해 식욕을 촉진시키고 체지방을 분해하며 열을 발생시킨다. 감각신경의 바닐로이드(Vanilloid) 수용체를 경유한 신경흥분 및 탈 감각작용과 함께 항 박테리아 작용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 생리작용을 이용한 통증 및 염증성 질환, 요실금 등의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캅사이신은 통증을 전달하고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비수초성 구심성 감각신경에 주로 작용해 초기 흥분 후 탈 감각을 일으켜 진통 및 항염증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 져 있다. 캅사이신을 국소 또는 전신에 투여했을 때 격렬한 통증을 일으키나 곧 마비돼 지속적인 진통효과가 나타나며 다른 화학물질에 의한 통증 자극까지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는 감각신경에서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 전달물질이 캅사이신(Capsaicin)의 자극으로 방출된 후 재생산이 되지 않아 장기간 진통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고추장의 매운맛 등급별로 다르다
농식품부는 고추장의 매운맛에 등급을 매겨 분류한 '고추장 KS 규격안'을 만들었다.
정부의 규격안은 매운맛을 '순한 맛(Mild Hot)-덜 매운맛(Slight Hot)-보통 매운맛(Medium Hot)-매운맛(Very Hot)-매우 매운맛(Extreme Hot)' 등 5단계로 등급화했다.
매운맛을 표시하는 지표로는 '고추장 매운맛 단위(GHU)'를 쓰기로 했고 직관적으로 매운 정도를 알 수 있도록 눈금이 새겨진 온도계 모양의 그림도 함께 쓰이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추장의 매운맛이 등급화됨에 따라 국내 소비자는 물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소비자에게 매운맛의 표준을 제시해 고추장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