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협력사 외상 늘리고 늑장 변제…'갑을'관계 청산 약속 무실

2014-12-2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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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부품업체 종속도 커지고, 해당 기업 자금 압박 가중…동반성장 헛구호

 

LG전자 매입채무(연말기준, 단위 : 억원)[출처=금융감독원]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LG전자가 현금결제 비중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협력사의 외상 부담을 늘려와 사회 전반에 싹트는 동반성장·창조경제 기조에 역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분기 연속 호실적으로 현금유입액이 늘어났음에도 부품 협력사에 대한 외상 비중을 늘린 것은 성장의 과실을 나누지 않는 대기업의 이기적 단면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29일 금융감독원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올 3분기말 LG전자의 매입채무는 7조4049억원으로 전년동기(6조5330억원)에 비해 13.3%나 늘어났다. 또한 이는 2012년 동기간 6조704억원에서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다.

매입채무가 커지는 것은 협력사를 상대로 외상결제를 늘렸다는 의미이다. LG전자는 더욱이 직접구매 협력사가 4000여개에 달해 이들에 대한 매입채무를 늘린 것은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일례로 LG전자 매출 비중이 큰 A협력사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지만, 분기말 미수금은 연초대비 대폭 증가해 재무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의 동기간 매입채무회전율도 낮아져 협력사에 대한 외상 변제 기간을 점점 늦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 연초부터 3분기말까지 매입채무회전율은 783%로 전년동기 832%에서 하락했다.

매입채무회전율은 외상을 얼마나 느리게 갚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수치가 낮아지면 해당 기업에 대한 매입채무가 느리게 변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기업 입장에선 변제를 늦춰 현금을 오랜 기간 확보하면서 운전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기에 이득이지만, 어쩔 수 없이 요구를 들어주는 상대 중소기업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전자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협력사와의 협상력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어 외상거래를 늘리기가 쉽다는 지적이다. 휴대폰의 경우 팬택이 법정관리를 받으면서 LG전자에 대한 부품업체들의 종속도가 커질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협력사와 갑을 관계는 없다”며 동반성장을 강조해왔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도 “협력사는 함께 1등 하기 위한 공동운명체”라고 말해왔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 말 협력사에 대한 결제를 2013년까지 100% 현금으로 하겠다는 결의도 했었다.

하지만 약속은 '헛구호'에 그쳤다. 이듬해 매입채무가 줄어들어 노력이 나타나는가 했더니 이후부턴 다시 증가세를 보인다. 연말 기준으로 LG전자의 매입채무는 2010년 5조8243억원, 2011년 5조4868억원, 2012년 5조6265억원, 2013년 5조6911억원이다.

주요 부품 계열사였던 LG이노텍의 LG전자 매출이 2009년 41%에서 지난해 18.6%까지 감소, LG전자의 외부 조달 비중이 늘어났을 것으로 유추되는 가운데 이같은 수치는 협력사에 더욱 부정적이다. 또한 그간 팬택의 시장 영향력이 감소해 상대적으로 LG전자의 협력업체 지배력이 커진 부분도 짐작케 한다.

한편, LG전자는 지난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건설사들에게 빌트인 가전제품을 알선한 영업전문점들로부터 납품대금의 20% 또는 100%에 대한 지급이행 각서를 요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하는 등 '갑을' 관계 청산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등 사회 ‘갑질’에 대한 피로가 만연해 있다”며 “대기업 스스로 강한 자성과 동반성장 실천의 움직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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