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남북이 분단된지 70년이 됐다. 한반도 인구의 90%이상이 분단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광복·분단 70주년이 되는 2015년은 박근혜 정부 출범 3년과 더불어 '김정일 3년 탈상' 등으로 한반도는 새로운 남북관계 활로 모색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일단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이 대화 제의 자체에는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화의 틀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대중평화센터와 현대그룹 측의 최근 개성 방문으로 남북간 대화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을 수 있다"며 "북한이 일단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올해 남한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일관적으로 추구해왔다. 경제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대외적 환경 구축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는 필연적인 흐름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반관반민 성격의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가 대화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북한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통일대박론'의 연장선에서 출범한 통준위를 '흡수통일의 전위부대'로 간주하며 줄기차게 비난해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북전단과 인권 공세 문제에 관한 정부의 정책 변화 없이는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북이 분단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의 거시적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기로 받아들이는 데는 한 뜻을 하고 있지만 그 틀과 방향을 두고는 동상이몽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8일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수석연구위원이 통일·외교·안보 전문가 91명을 상대로 실시한 '2015년 남북관계 전망과 개선과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내년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1.7%로 절반을 다소 넘었다. 이는 지난해 초 설문조사에서 같은 질문에 81.8%가 긍정적으로 답했던 것보다 30.1%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전망이 불투명해진 데 대해 보고서는 2차 고위급 접촉 무산, 대북전단 살포와 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한 북한의 반발, 유연하지 못했던 정부의 대북정책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남북간 신뢰 회복을 위한 한국 정부의 과제로 '5.24조치 해제'(25.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전문가 73.6%는 최근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 방향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으며, 앞으로 확대될지에 대해서는 98.9%가 낙관적으로 응답했다.
이는 남북이 정치적 통합에 얶매이지 않고 남북경제통합의 전향적인 정책방향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국민들의 여망도 같다.
지난해 8월 리서치앤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향후 대북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제재 조치를 완화하고 남북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는 등 '경제통합'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남북한 통합을 위해 '정치 통합'이 선행돼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남북이 새로운 경협 파트너로서의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더욱이 분단 70년을 맞은 올해, 국가 미래비전으로 그리고 정치·경제의 새로운 활로로서 평화통일의 비전을 적극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15년에는 우리 정부가 한반도 상황을 주도적이며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화와 협력에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도 김정은 정권이 지난 3년을 내부적으로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대외관계를 통해 위상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움직일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내년이야말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광복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한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