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통채널 시리즈-② 마트] 대마불사 시대 종식…‘대형’ 지고 ‘중소’ 뜬다

2014-12-26 07:55
  • 글자크기 설정

[그래픽 = 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최근 중국 유통업계에 불고 있는 소비지형의 변화는 '대마불사'(大馬不死·큰 말은 죽지 않는다) 시대의 종식을 앞당기고 있다. 지난 2000년대 '기회의 땅' 중국으로 진출한 이후 10여년 간 중국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글로벌 대형 유통업체들은 높아진 '바잉파워'(buying power)를 앞세운 현지 중소업체들의 공세에 밀려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대형 유통업계가 처해 있는 현 상황은 느린성장(慢), 규모축소(瘦), 사업전환(轉)의 세 가지로 설명된다. 매출 부진 속에서 매장 및 인원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선 데 이어 온라인 마켓과 편의점 사업으로의 진출을 통해 활로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 유통업계의 소시대(小時代) 도래
올해 들어 월마트, 까르푸, 테스코 등 중국 내 글로벌 대형 유통업계들의 폐점 및 구조조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 위축된 중국 내수경기에 따른 매출감소, 업체간 경쟁심화, 비싼 임대료, 중국 정부의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강화 등은 글로벌 대형 유통업계의 '폐점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소매유통업 전문 포털인 롄상왕(聯商網)에 따르면 상반기 문을 닫은 대형마트 매장은 146개에 달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그 중 외자기업은 118개로 75%를 차지했다.

반면, 중국 본토 중소형 슈퍼마켓은 빠른 속도로 점포를 확장하면서 중국 시장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KWP)에 따르면 올해 4월 중국 소형 유통업체 가오신소매(高鑫零售) 점유율은 9.2%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월마트는 6.8%의 점유율로 지난해(7.2%) 같은 기간과 비교해 0.4%포인트 하락했다. 이어 화룬완자(華潤萬家)가 점유율 6.7%로 프랑스 대표 유통업체 까르푸(家樂福)를 넘어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19년전 중국시장에 진출한 까르푸는 4.6%의 점유율로 4위에 그쳤다.

1996년 중국 시장으로 진출해 400여개의 매장을 개설한 세계 최대 유통업체 미국 월마트는 지난해 중국사업 정비를 위해 향후 15~30개 점포의 문을 닫겠고 밝혔다. 최근 3년간 4분기마다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향후 250명의 감원계획도 밝혔다.

월마트보다 1년 앞선 1995년 중국시장으로 진출, 작년 기준 236개의 매장을 개설한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는 매출과 이윤 부진에 지난해 '중국 철수설'이 돌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저장(浙江)성 2개 매장을 폐점, 6개의 매장만을 남기면서 2011년 이래 최저 점유율을 기록했다. 

2004년 중국에 진출했던 영국 최대 슈퍼마켓 테스코는 부진한 매출 실적에 올해 5월 테스코 브랜드를 완전히 철수하고, 중국 화룬완자와 합자회사를 세워 중국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우리나라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5년부터 톈진(天津)에서 5개의 점포를 운영해온 이마트는 이달 말까지 4개 점포의 영업을 추가로 종료하면서 톈진 내 모든 매장의 문을 닫았다. 이번 결정으로 중국 내 이마트 점포는 상하이(上海) 8개점, 우시(無錫)와 쿤산(昆山) 각 1개점 등 모두 10개 점포만 남게 됐다. 이마트는 지난 1997년 상하이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중국 내 매장을 27개까지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으나 경영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2011년 5개 법인 11개의 점포를 매각한 상태다.
 

지난 3월 충칭(重慶)의 월마트 매장이 10년만에 문을 닫았다. [충칭= 중국신문망]


◆ '온라인 마켓'...위기이자 기회로
전자상거래 시장과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른 온라인 마켓의 성장은 오프라인 대형마트 매출 감소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산업분석 전문기관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9~2013년 중국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는 2600억 위안, 5130억 위안, 8000억 위안, 1조3200억위안, 1조8850억 위안이며, 지난해의 경우는 전년 동기대비 42.80%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그 중 지난해 기준 온라인 식품마켓 규모는 324억 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47.95% 증가했다. 올해는 400억 위안, 2018년에는 1400위안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온라인 식품마켓 이용자 수는 4495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60.14% 늘었다.

이러한 추세 속에 대형 유통업체들은 온라인으로 사업을 전향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수익성이 낮은 매장을 폐점하는 대신 이를 온라인 쇼핑플랫폼 구축에 사용하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2012년 월마트는 중국 최대 온라인 슈퍼마켓 이하오뎬(一號店)의 지분을 매입하며 온라인 시장으로 진출했다. 이후, 월마트의 회원제 프리미엄 쇼핑센터 '산무(山姆)' 온라인 사업을 선전(深圳)에서 베이징(北京)으로 확장한 데 이어, 상하이에 월마트 글로벌 전자상거래업무 중국 본사를 설립, 전자상거래 사업 본격화를 알렸다. 또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최대 매출액 견인 도시인 선전을 O2O(온ž·오프라인 연계)사업 구상의 1호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가오신소매 산하 다룬파(大潤發) 또한 올해 1월부터 전자상거래 사이트 페이뉴왕(飛牛網)을 정식 운영, O2O 시장으로의 진출에 나섰다. 개설 이후 반 년 만에 페이뉴왕 월별 매출액은 2000만 위안을, 연간 매출액은 2억 위안을 넘어섰다.

여기에 지난 5월 미국 나스닥에서 성공적 상장데뷔전을 치른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상청(京東商城)은 상장 이후 '온라인 슈퍼마켓'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알리바바 산하 타오바오몰 또한 온라인 마켓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향후 유통업계의 최대 경쟁무대가 될 전망이다.

◆ 사업 '다각화'…'편의점' 진출 봇물
지난해 중국 유통시장 트렌드가 '인수합병(M&A)'이었다면, 올해는 사업의 '세분화 및 다각화'로 표현할 수 있다.

대형 마트들은 프리미엄마켓, 동네슈퍼마켓, 농수산물 마트, 편의점 등으로 사업분야를 세분화하고 있다. 화룬완자의 경우 커피전문점, 의약화장품, 건강식품, 공예품 판매체인 구축을 통해 다각적 수익 창출에 나섰다.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하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의 경우, 월마트의 회원제 프리미엄 쇼핑센터 '산무’를 비롯해 지난해 중화권 최고 부호인 리자청(李嘉誠·리카싱)이 매각한 홍콩 슈퍼마켓 체인 바이자(百佳) 산하 테이스트(TASTE), 화룬완자가 운영하는 올레(Ole)와 비엘티(BLT), 융왕(永旺) 산하 맥스밸류(Maxvalu)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초기 설립 자본금과 임대료 면에서 대형마트 보다 경제적인 편의점 사업으로 발을 들이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체인경영협회가 발표한 '2014년 중국 편의점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대형마트의 매출 증가율은 단 8.7%에 그친 반면, 편의점은 18.2%나 증가해 유통분야에서 매출규모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시장 점유율 3위 유통업체 화룬완자는 반고(VanGO)라는 브랜드로 일찌감치 편의점 사업에 진출했다. 이밖에 화롄(華聯)그룹의 화롄인터넷(華聯網絡), 롄화(聯華)의 콰이커(快客), 부부가오(步步高)의 후이미바(彙米巴) 등은 대표적 중국 토종 편의점 브랜드로 꼽힌다. 

글로벌 대형 유통업체들도 기존의 편의점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롭게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2008년 영국 테스코가 상하이에 설립한 테스코 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2009년 미국 월마트는 선전에 스마트 초이스를, 같은 해 7월 일본 대형 유통업체 이온(AEON)그룹은 산둥성에 미니스톱(迷你島)을, 올해 11월에는 독일 메트로 AG가 상하이에 허마이쟈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까르푸 또한 중국 진출 20년 만에 편의점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까르푸는 지난달 상하이 훙차오(虹橋) 공항에 인접한 훙쑹루(紅松路) 거리에 자사브랜드 편의점인 'easy 까르푸' 1호점을 열었다.

easy 까르푸는 앞서 상하이로 진출한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을 벌일 예정이며, 상하이 중심의 장강삼각주(長江三角洲)와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주강삼각주(珠江三角洲) 지역을 겨냥해 지점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편의점 사업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유통업계뿐만은 아니다. 알리바바, 텅쉰(騰迅·텐센트), 징둥상청, 순펑(順風)택배 등 중국 대표 기업들 또한 편의점을 O2O 사업 확장을 위한 주요 통로로 활용하고 있어 편의점 사업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