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포스코 광양제철소에는 아름다운 정년퇴직 전통이 있다. 반평생 회사를 지켜온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자신들이 떠나는 그 빈자리에 그동안 함께해준 회사와 후배들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한 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정년 퇴직자 감사식수'가 그것이다.
24일 광양제철소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정년퇴직 기념행사가 열린 지난 19일 59명의 퇴직자가 30여년의 세월동안 고락을 함께한 동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회사의 무궁한 발전을 소망하는 기념식수를 했다.
그런데 이번 행사는 더욱 특별했다. 퇴직자들은 이번 감사식수가 어떻게 하면 회사와 후배들에게 좀 더 특별한 선물이 될까 고민하다 성탄 시즌을 맞아 '정년 퇴직자 크리스마스 감사 트리'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만만치 않은 비용에 점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가꾸고 몸 담았던 회사와 정들었던 동료들을 생각하면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글로벌안전보건그룹에 근무하다 퇴직한 정석열(58)씨는 "인생의 황금기를 보낸 회사를 떠난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허전함이 느깐다"며 "세월이 흐른 뒤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들의 손을 잡고 왔을 때 푸르른 나무와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비석을 보면 지난날 우리가 가꾸고 몸 담았던 회사를 떠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이날 정년퇴직 행사에서는 가족들을 대표해 퇴직자의 배우자가 오랜 세월 가족과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남편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를 낭독해 가슴 뭉클하게 하기도 했다.
백승관 광양제철소장은 "광양제철소 건설과 변화를 함께 해온 퇴직자들의 감회는 남다를 것으로 생각된다"며 "퇴직하는 날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향해 힘차게 출발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