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정치 스크루지’들에게 ‘크리스마스 캐럴’을

아주경제 조문식 기자 =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 선진화법)이 적용된 첫해인 올해 연말 여야는 지난 2일 2015년도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부동산 3법’을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하는 등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지만, 법안 논의는 속도를 잃은 지 오래다.

 

 

‘돈 문제’인 새해 예산안은 처리했지만, 이후 여야 원내지도부의 행보는 거북이걸음이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빅딜’ 등을 놓고 여전히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그저 ‘국민’이나 ‘민생’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올 12월 임시국회에서도 정치권은 ‘비선 실세 논란’을 내세우며 ‘양보 없는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임위원회 파행도 꾸준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은 12월 임시국회 개회 이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는 실정이다.

여야는 원내대표 회동 등에 이어 오는 29일 안건 심사를 위한 본회의를 개최한다는 입장만 있을 뿐 법안 등에 대한 세부적 조율은 하세월이다. 특히 최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메가톤급 정치 이슈 속에 다른 이슈들이 묻히면서 새해에 필요한 법안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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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치권의 모습은 그다지 선진화되지 않고 있다. 겉으로는 화합을 외치지만, 실상은 그저 여야 대립구도를 꾸려놓고 상대가 변하라고 윽박지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럴 때 선택은 상대에 대한 희망을 버리는 것과 스스로 변하는 방향을 고민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이에 ‘정치 스크루지’들에게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려주고 싶다.

19세기 문학의 위대한 힘이자 시대의 양심을 대변한 것으로 평가되는 영국 출신의 작가 찰스 디킨스의 작품 ‘크리스마스의 캐럴’에서 차갑고 인정머리 없는 스크루지 영감은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 줬던 동업자 말리의 유령이 찾아와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고 난 다음 깨달음을 얻었다.

오늘의 정치인은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을 어떻게 볼까. 정치인은 대중이 국회의 활동을 비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칼끝의 이슬 같은 권력욕에 휩싸여 세상을 등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에 대중 속의 유령을 만나 자신의 과거를 깨우치기 전에 스스로 정도(正道)를 생각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