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화기행>익산 금마 고도리석불입상

2014-12-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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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사랑하지만 ~ 일년에 오직 한 번만 만날 수 있어요.”

전북 익산 금마에서 왕궁리 오층석탑 쪽으로 가다보면 오른편으로는 논이 펼쳐진다. 그 논 가운데 석불 두 기가 옥룡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서 있다. '고도리 석불입상'이다.

이 석불은 고려시대 말엽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며 보물 제46호로 지정돼 있다.

이들은 큰 소리로 부르면 들을 수 있지만 손을 잡을 수도 없고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가깝고도 먼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다리가 없다면 천이 있어 뛰어가 만날 수도 없는 거리를 두고 바라만 보고 있다. 이쯤 되면 무심결에도 “무슨 슬픈 사연이 있는 것일까?” 자문하게 된다.

고려 말엽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제46호 전북 익산 금마 고도리석불입상 [사진제공=익산시]


여기에는 얽힌 이야기가 있다.

이 둘은 각각 남자(서쪽)와 여자(동쪽)인데, 평소에는 만나지 못하다가 섣달 그믐날 밤 자정에 옥룡천이 꽁꽁 얼어붙으면 서로 만나 안고 회포를 풀다가 닭이 울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 철종 9년(1858)에 익산 군수로 부임해 온 최종석이 쓰러져 방치되어 오던 것을 현재의 위치에 일으켜 세웠다고 한다. 그 때 씌어진 '석불중건기'에 적힌 내용은 이렇다.

"금마는 익산의 구읍자리로 동ㆍ서ㆍ북의 삼면이 다 산으로 가로막혀 있는데, 유독 남쪽만은 터져 있어 물이 다 흘러나가 허허하게 생겼기에 읍 수문의 허를 막기 위해 세워진 것이라 한다. 또 일설에는 금마의 주산인 금마산의 형상이 마치 말의 모양과 같다고 하여 말에는 마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마부로서 인석(人石)을 세웠다고 한다."

불상이라 불리고는 있지만 긴 기둥 같은 몸체에 네모난 얼굴, 가는 눈, 짧은 코, 옅은 웃음기를 담은 작은 입 등은 장승과 같은 인상을 풍긴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로 변해가는 들판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소박해서 더욱 믿음직하다.

200m 정도 사이에 두고 있는 익산쌍릉(무왕왕과 왕비릉)과 정말 묘하게 둘이 닮아 있다.

두 석인상 사이에 다리가 있으니 매일 밤 만나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견우와 직녀처럼 올 음력 섣달 그믐날 만나는 지 어디한번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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