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피노키오 닮은 국회

2014-12-22 12:30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요즘 이종석, 박신혜 주연의 SBS 드라마 ‘피노키오’ 가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소재 자체가 방송국 수습기자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보니 새내기 수습기자들은 자신과 동병상련의 느낌이 들어서 적잖은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물론 고참 기자들도 한때 치열했던 수습기자 시절을 상기하면서 ‘진짜 그때를 어떻게 버텼지’하며 잠시 회상에 젖을 수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만약 내가 가상이라도 ‘피노키오 증후군’이 있다면 과연 어떤 기자가 될 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생각만 해도 상상하기 싫지만, 당장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면 취재원과 대화 한 번 하기가 힘들 것이다.

더구나 정치인들의 ‘워딩(wording)‘이 곧 기사가 되는 정치부에서는 여야 지도부, 국회의원들과 말 한 번 섞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될 것이 뻔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말을 바꾸는 국회의원들의 진짜 속내를 알아내려면, 기자들도 그들 못지 않는 일종의 뻔뻔함이 필요한데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면 그것이 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 15일부터 한 달간 임시국회 개의에 합의하면서 그간 미뤄뒀던 법안, 특히 경제민생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 유출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야는 법안 처리는 뒷전이고 연일 정쟁만 일삼고 있다. 게다가 지난 19일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연말 정국을 올스톱 시킨 ‘블랙홀’이 되고 있다.

정치권의 상황이 어떻든 국회가 무엇보다 앞서서 해야 할 일은 ‘입법’이다. 그런데 상임위가 파행을 빚는 현재의 국회 모습을 보면 여야는 역시나 말로만 ‘민생국회’ ‘일하는 국회’라며 거짓말을 한 셈이니, 국회의원들 모두의 코가 한 움큼씩 자라 피노키오 뺨을 쳐도 모자랄 정도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전망한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3.5% 불과할 정도로 향후 경제 전망은 암울하다. 저성장·저물가의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큰 상황에서 경제활성화는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약속했던 과제다.

여야는 올해가 가기 전 모든 상임위를 가동하는 등 임시국회를 정상화시켜 제 본분인 ‘입법권’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매번 피노키오처럼 거짓말을 일삼는 국회를 영원히 외면할 지도 모른다. 국민의 외면을 당한 국회의원들의 초라한 말로는 이미 그들 스스로 잘 알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