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만약 내가 가상이라도 ‘피노키오 증후군’이 있다면 과연 어떤 기자가 될 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생각만 해도 상상하기 싫지만, 당장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면 취재원과 대화 한 번 하기가 힘들 것이다.
더구나 정치인들의 ‘워딩(wording)‘이 곧 기사가 되는 정치부에서는 여야 지도부, 국회의원들과 말 한 번 섞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될 것이 뻔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말을 바꾸는 국회의원들의 진짜 속내를 알아내려면, 기자들도 그들 못지 않는 일종의 뻔뻔함이 필요한데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면 그것이 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 15일부터 한 달간 임시국회 개의에 합의하면서 그간 미뤄뒀던 법안, 특히 경제민생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정치권의 상황이 어떻든 국회가 무엇보다 앞서서 해야 할 일은 ‘입법’이다. 그런데 상임위가 파행을 빚는 현재의 국회 모습을 보면 여야는 역시나 말로만 ‘민생국회’ ‘일하는 국회’라며 거짓말을 한 셈이니, 국회의원들 모두의 코가 한 움큼씩 자라 피노키오 뺨을 쳐도 모자랄 정도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전망한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3.5% 불과할 정도로 향후 경제 전망은 암울하다. 저성장·저물가의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큰 상황에서 경제활성화는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약속했던 과제다.
여야는 올해가 가기 전 모든 상임위를 가동하는 등 임시국회를 정상화시켜 제 본분인 ‘입법권’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매번 피노키오처럼 거짓말을 일삼는 국회를 영원히 외면할 지도 모른다. 국민의 외면을 당한 국회의원들의 초라한 말로는 이미 그들 스스로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