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불안 속 ‘금’의 유혹받는 각국 중앙은행

2014-12-22 00:39
  • 글자크기 설정

[사진= 뉴욕연방은행 홈페이지 ]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은 미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보고된 미국의 금 보유량은 약 8134톤으로 세계 공적 보유총량 약 3만2000톤의 4분의 1를 차지한다.

미국이 1971년 닉슨쇼크로 금과 달러의 교환을 중단하면서 금의 통화제도 속 역할은 이미 끝났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렇게 많은 금을 현물로 보유하고 있다.
벨기에,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각국이 잇따라 보유하던 금을 팔았던 1990년대에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이사회(FRB) 의장은 의회에서 “금은 궁극의 지불 수단”이라 증언하며 매각 가능성을 부인한 바 있다.

금이 강한 이유는 인류가 지금까지 캔 모든 금을 합쳐도 17만 톤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희소성이 금의 가치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과 대부분의 금이 보석과 금화, 골드바 등 시장에서 거래하기 좋은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또한 미국은 자국의 보유분 뿐 아니라 타국 정부와 중앙은행, 국제기관의 금도 보관하고 있다. 즉 전 세계 금이 미국에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금 보관 장소로는 뉴욕에 위치한 연방준비은행의 금고와 켄터키주에 위치한 연방정부금고가 알려져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홈페이지에서 금의 보유량을 공개하고 있으며 현재 골드바로는 53만개, 약 6700톤의 금이 이곳에 보관돼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공개정보를 인용해 뉴욕 연방은행의 금고는 맨해튼섬 지하 24m에 있으며 견고한 암반층에 둘러 싸여 있다고 전하면서 금고 입구는 무게 90톤의 철강제 실린더로 이뤄져 있어 입구를 닫으면 금고는 완전한 밀폐상태가 되면서 감시카메라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작동한다고 전했다.

“금의 유혹에는 이길 수 없다”
뉴욕 연방은행의 금고 입구 벽에는 독일의 문호 괴테의 의미심장한 이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정부 간 결제 등에서는 기본적으로 400트로이온스(약12.4kg)의 골드바가 이용된다. 시장거래에서는 런던금시장연합회(LBMA) 에 따라 국제거래의 품질 기준을 통과한 브랜드로 인정받고 그 브랜드명이 새겨진 골드바여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전 세계의 많은 금이 미국에 보관돼 있지만, 소중한 자산을 미국에 보관해도 문제가 없는지, 우리 금괴가 금고에 존재하는지는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국에서 높아지면서 정부와 중앙은행을 움직인 것이 독일이다.

독일 연방은행은 작년 1월16일에 미국과 프랑스에 보관해 오던 금 중에서 674톤(현재 가치로 약 30조원)을 2020년까지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연방은행 금고로 옮기고 국내 보관율을 5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금 보유량은 3384톤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러나 동서 독일이 통일된 1990년까지 보유한 금의 대부분은 국외 중앙은행에 보관했는데, 그것은 국내에 보관하는 것 보다 국외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은행은 구체적으로 ‘구소련의 전차가 독일 국내에 침공해 올 리스크’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냉전구도는 사라지고, 미국에서 대규모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부상했다. 그래서 독일이 재빨리 움직인 것이다. 이에 앞서 독일은 잉글랜드은행에 보관해 오던 금 930톤을 이미 국내로 이송했다.

미국에 있던 독일의 금 소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은 독일이 보관한 금의 보유량을 수치로 표시해 보일 뿐 현물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 국민의 의심을 사게 돼 미국에 보관한 금은 독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투자자들도 골드바를 구입한 후 자택에 보관할지 은행 금고에 보관할지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압도적으로 자택에 보관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무가치’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유사시를 대비한 보험과 같은 자산으로 인식돼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자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금의 국제시세는 2011년에 기록한 1트로이온스(약31.1g) 1920달러라는 사상 최고치에서 약 40% 하락한 상태지만 금을 중시하는 경향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DNB)은 11월21일에 독일의 움직임처럼 미국에 보관해 온 금의 일부를 본국으로 이송시켰으며 미국의 보관비율을 51%에서 31%로 인하했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의 금 보유량은 약 613톤이기 때문에 122톤에 이르는 금을 극비리에 뉴욕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스위스에서는 11월30일에 스위스 국립은행이 전 자산의 20% 상당의 금을 보유하는 것과 보유한 금음 매각해서는 안된다는 것, 해외에 보관 중인 금을 국내로 옮기는 것을 명시한 법안이 국민투표에서 반대 77%로 부결된 바 있다.

그러나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 중국, 러시아, 인도, 터키 등 신흥국가와 달리 일단은 과거에 금을 매각했던 네덜란드와 스위스에서 금에 대한 인식이 변해가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일 수 있다.

금의 국제기관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올해 9월까지 335톤에 달했으며 전년 동월 324톤 보다 증가했다.

이는 통화의 신용을 유지시키시 위해 재정규율과 금융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통화의 극에 위치한 금에 대한 유혹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금 시세는 나날이 변동한다. 그것은 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균형 변화에 따른 것이지만 달러와 엔과 같은 통화에 대한 신용력이 변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또 통화와 금융제도가 발달하면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까지 등장한 이 시대에 금의 매력에 빠진 중앙은행과 개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렇게 금의 유혹은 현대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리스크와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금의 국제시세는 3년에 걸친 하락 국면이 끝나면서 리바운드할 국면에 들어가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5년은 오랜만에 금이 빛나는 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