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당국이 지난 몇 년간 굳게 닫혀 있었던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은행간 장외채권시장(CIBM)의 문을 개방하면서 최근 부동산 업체를 중심으로 채권발행 '붐'이 일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어진 부동산 경기침체에 자금경색 우려까지 높아지면서 낮은 비용으로 거액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채권 장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부동산 업체들이 늘고 있다.
17일 제일경제일보(第一財經日報)에 따르면 전날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萬科)그룹은 중국은행간시장거래상협회(中國銀行間市場交易商協會ㆍNAFMII)로부터 18억위안(약 3140억원) 규모의 2년만기 중기채 발행을 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채권발행은 중국공상은행(中國工商銀行)과 자오상은행(招商銀行) 등이 주관하게 된다.
이날 또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바오리부동산(保利地産) 또한 2년 만기 150억 위안 규모의 중기채를 발행했다. 이어 자오상부동산(招商地産), 푸리부동산(富力地産) 등도 중기채 발행을 통해 각각 50억, 70억 위안 규모 자금조달에 나설 예정이다.
CIBM은 국공채와 회사채 등 중국 채권이 거래되는 장외시장으로, 중국 채권 거래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일정 조건에 부합되는 부동산 기업에게 CIBM을 통한 채권발행을 허용키로 했다. 그 대상은 양호한 신용도와 부채상환능력을 보유한 중대형 부동산 기업에 해당된다. 또 지난 11월에는 CIBM 개방범위를 비(非)금융권 기업으로까지 확대했다. 개방 대상 기업은 3000만위안 이상 비금융권 기업으로 이들은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관과 연결된 별도 거래 창구를 이용해 거래가 가능하다.
중국 당국은 CIBM을 통한 채권발행이 '직접 대출'의 성격을 띈다는 점에서 자금조달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그림자 금융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CIBM 개방은 자금 부족에 시달려온 다수의 부동산 기업들에게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불황은 대다수 대형 부동산 업체들에게 매출 부진 압력으로 다가왔다. 올해 3분기 공개된 '매출 성적표'에 따르면 단 15%의 기업만이 매출목표의 70% 정도를 달성했고, 대부분 부동산 기업의 경우 목표 매출액의 50%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CIBM에서의 채권거래는 낮은 비용으로 거액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업체들에게는 유용한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도쿄 미쓰비시UFJ 은행의 리위양 수석 애널리스트는 "비금융권 기업에 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기업에게 있어 이번 결정은 더 많은 자금 조달 창구가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채권 시장 규모는 지난 5년 간 두 배로 성장해 현재 28조2700억 위안에 달한다. 이중 93%가 CIMB에서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