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너도밤나무, 삼나무, 주목, 호랑가시나무…. 제가 재료로 사용하는 나무는 매우 다양하지요. 저는 이런 나무가 이끌어주는 대로 형태를 만들어갑니다. 균열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휘었으면 그 변형대로 나무의 성격을 그저 따라갑니다."
영국 조각가 데이비드 내쉬(69)는 기후나 질병에 쓰러진 나무를 재료로 쓰는 조각가다.
나무를 오랜 시간 내부에서 건조했다가 그 특성을 살려 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작품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일 영국에서 내한해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 2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데이비드 내쉬는 자신의 작품의 재료와 종류 특성에 대해 하나하나 열심히 설명했다. 한국에선 2007년 국제갤러리에서 전시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나무 껍질을 벗기면 사람피부같은 속살이 나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붉은색에서 점점 황갈색으로 변하고 더 방치하면 회색으로 변한다며 그 변화를 담은 그림도 선보인다.
"나무마다 성격도 다르고 감정도 달라 가로로 잘 잘라지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세로로 더 잘 쪼개지는 나무도 있다"는 그는 "작품활동 초기에는 가공된 나무를 재료로 사용했지만 '진짜 나무'를 알고 나니 인위적 형태 없이 있는 대로의 나무를 표현하게 됐다"고 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활동을 "나무를 향한 헌신이자 열정"이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나무가 "생명에 대한 진리를 보여준다"고도 했다.
오랜시간 나무와 함께 하며 나뭇결의 다양한 밀도와 나이테 등에서 시간의 흐름을 보며 '시간에 대한 감각'을 깨달은 그는 "나무의 수명주기는 인간의 수명주기를 닮았다. 그들은 밤낮으로 성장하고 호흡하며 계절들을 지나며 깨어있거나 잠을 잔다"며 "나무들은 자신들의 형태를 통해 시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했다.
가공되지 않은 나무재료의 아름다움과,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전시다. 내년 1월25일까지 이어진다.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