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제2금융권에서 '삼성맨'의 위세가 대단하다. 최근 카드 및 보험업계의 수장직에 삼성 계열 출신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다만 한 그룹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에 너무 확산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이수창 신임 생명보험협회장이 취임했다. 이수창 신임 회장은 1973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1990년 제일제당 대우이사, 1992년 삼성중공업 조선부문 이사 등을 거쳤다. 이듬해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상무이사를 지내고 1995년 삼성화재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1999년 1월 삼성화재 대표이사 부사장과 2001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는 삼성생명으로 돌아와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NH농협카드도 지난 3월 삼성 출신 사장을 영입했다. 신응환 농협카드 사장은 삼성카드에서 상무, 전무, 부사장을 역임한 카드사업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된다. 농협카드가 사장직에 삼성카드 출신을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 계열사인 BC카드도 지난 3월 정통 삼성맨인 서준희 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서준희 사장은 1979년 제일제당에 입사한 후 삼성생명 전무, 삼성증권 부사장, 에스원 대표이사 사장,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을 두루 거친 삼성맨이다. 앞서 삼성 출신 황창규 KT회장 취임 이후 그룹과 계열사 요직을 삼성맨들이 꿰찰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 취임한 남재호 메리츠화재 사장도 1983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해 지점장, 영업관리팀장, 영남사업부장, 영업총괄 임원, 부사장직을 거친 삼성맨이다. 김상성 MG손해보험 사장도 1979년 안국화재에 입사, 삼성화재 상무 등을 거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경우 삼성맨 영입을 통해 삼성의 시스템을 간접적으로나마 이식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다른 기업에 뿌리내린 삼성맨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 문화와 시스템 등 애초에 토양 자체가 다른 상황에서 단순히 CEO 한명을 영입했다고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