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못넘은 5대그룹]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마지막 퍼즐은?

2014-12-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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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쓰촨현대 상용차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현대차 제공]


아주경제 윤태구·박재홍·이소현 기자 = "새로운 중국, 천만대 시대를 준비하라."

지난 3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래 중국 사업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신규 생산거점들을 방문, 생산∙판매전략을 점검하고 이 같이 주문했다.
당시 정 회장은 "올해는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품질은 물론 상품, 브랜드, 고객 서비스 등 전 부문에서 시장의 흐름을 앞서가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천만대 시대를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서 제대로 준비가 됐는지가 의문이다. 정 회장이 생각했던 퍼즐 조각들은 아직 다 짜 맞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짜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의 큰 숙제는 해외 사업 최대 현안인 4공장 문제다. 새로운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초석이 될 4공장 건립은 해를 넘기게 될 전망이다. GM, 폭스바겐, 푸조-시트로앵이 최근 충칭과 청두 등 서부 일대에서 잇따라 공장 착공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나 정 회장은 글로벌 영토확장에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멕시코 기아차 신규 공장과 미국 현대차 2공장 신설, 인도 현대차 3공장 신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발목을 잡혔다.

중국에서 공장건립이 지연되면 늘어나는 중국 수요에 대응하지 못해 시장공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리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가 10년만에 중국 내 선두권 업체로 자리매김한 배경도 중국 시장의 폭발적 수요 증가에 대응해 적기에 생산을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커져가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생산공장 확충이 절대적이다. 관세 등 진입장벽이 높아 수입판매로는 시장의 속도와 고객의 니즈를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중국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는 판매 수요 증가세 둔화와 노동력 공급 감소 등 여러 부정적인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현대차는 중국 4공장 허가가 지연되자 중국 정부가 요청한 허베이성 창저우에 또 다른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세웠다. 살도 내주고 뼈도 내주는 셈이다.

이는 정 회장의 결단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앞서 정 회장은 위기 때마다 주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는 일관된 리더십으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려왔다. 정 회장은 빠른 결단은 내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결실을 맺지 못한점은 아쉬움이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현대·기아차의 애매한 브랜드 포지셔닝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수요 트렌드의 변화를 보면, 소득이 증가하면서 기존에 중시되던 가격보다는 브랜드, 품질, 서비스 등의 요소들이 구매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정 회장의 고민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중국내 위치는 어중간하다. 품질 좋은 대중화 브랜드로서는 분명히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고급 브랜드라는 인식은 깔리지 않았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미국 GM과 2, 3위를 다투지만 고급차 부문에서는 여전히 독일이나 일본 고가 브랜드와의 격차가 크다. 판매와 브랜드의 균형 잡힌 성장과 더불어 중국 소비자로부터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독일 및 일본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와의 경쟁에 이어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지면서 현지 로컬 자동차 브랜드가 위협적인 경쟁대상으로 떠오르는 것도 부정적 요인이다.

중국에 정통한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현지 로컬 자동차 브랜드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중국 브랜드의 부상과 비중 확대는 향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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