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의 ‘甲질’ 부처들 뿔났다…협업체계 삐걱

2014-12-0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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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진 경제정책 기재부 몰려…고용시장도 쥐고 흔들어

개입 수위 높아지며 불만 폭증…부처간 협업체계 무용지물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기획재정부에 몰려있다는 경제 관련 부처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발표된 부처별 사업에 대해 기재부의 개입 수위가 높아지면서 곪았던 불만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8일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등 정부세종청사 입주 부처에 따르면 주관부처에서 수립한 정책들이 기재부로 인해 무용지물 되거나 보류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기재부와 힘겨루기를 하는 부처들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기재부 중심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된 시점부터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강조된 부처간 협업체계는 붕괴됐다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 기재부와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곳은 국토부다. 부동산 대책의 중심인 국토부가 올해 제대로 된 대책을 발표한 사례가 전무하다.

정부는 올해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7·24 경제정책 방향, 9·1부동산 대책 등 모두 3차례 부동산 관련 대책을 내놨다. 3차례 모두 공식적인 브리핑과 대책 발표는 기재부가 중심이 됐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후부터는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발언이 최 부총리 입에서 시작됐다. LTV·DTI 등 시장에서 민감한 사안 역시 최 부총리가 내뱉고 주관부처인 국토부가 수습하는 역할이 반복됐다.

고용부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내년 경제정책 화두를 ‘노동개혁’으로 일찌감치 정한 기재부가 고용부의 정책 수립 과정은 생각지도 않고 각종 제도 개선에 열을 올리다보니 최 부총리와 이기권 고용부 장관의 시각차가 발생하는 일이 빚어졌다.

결국 고용부는 고유 권한인 고용정책 추진에 혼란이 가중되며 사실상 기재부가 고용시장을 쥐고 흔드는 모양새가 됐다.

환경부는 내년에 시행하려던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아예 2020년으로 연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끝까지 관철시키려했지만 기재부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사실상 백기 투항한 셈이다.

산업부의 통상 업무는 기재부로 넘어간지 오래됐다. 기재부가 부총리로 격상되고부터 산업부 역할은 기재부를 보좌해주는 자문단으로 전락했다. 향후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도 기재부의 결정 없이 산업부가 소신 있는 행보를 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매년 하반기에 여는 정책세미나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 등을 내놓지 못했다. 담뱃값 등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표면적 명분이지만 정부가 예상한 경제성장률보다 전망치가 밑돌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는 여기에다 지금까지 잠잠했던 금리인하를 공식적으로 발언하면서 한국은행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그동안 중립적 시각이던 KDI가 국책기관으로서 금리인하 등을 직접 언급하며 기재부와 정책 공조를 이루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처럼 기재부의 정책 간섭이 극에 달하자 주관부처 관계자와 해당 소속 기관들은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산하기관까지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최근 기재부에서 전화가 많이 온다. 정책 수립하는데 필요한 연구 자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기재부가 요청한 자료에 대해 상위 부처에 보고해야 한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자료를 보내면 마치 기재부에서 수립한 정책인 양 발표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정부세종청사 한 입주부처 관계자는 “기재부의 ‘갑질’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독선적이지는 않았다”며 “부총리로 승격되면서 장관들의 입김이 줄었다. 부총리가 장관들보다 윗선이라는 인식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협업이 잘 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근혜 정부들어 핵심 정책은 국무회의에서 발표되고 있다. 해당 부처는 백브리핑 정도다. 여론도 이미 기재부가 한 얘기를 부처에서 재탕한다는 시선이다”라며 “부처와 협의 없이 일방통행하는 기재부의 독선이 있는 한 경제정책이 올바르게 갈지 걱정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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