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으로 촉발된 '정윤회-박지만' 권력암투설이 주목받으면서 최근 정부 내에서 이뤄진 이른바 '박지만 인맥'에 대한 좌천성 인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윤회 씨-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간의 폭로전으로 권력암투설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로 알려진 몇몇 인사들이 올들어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물러난 데다 조 전 비서관이 자신의 갑작스러운 사직 배경에 정씨가 있다는 뉘앙스로 인터뷰를 하면서 파장은 더욱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경민 의원은 "지난 8월 국정원 1급 A국장의 인사가 청와대 개입으로 일주일 만에 뒤바뀌고 2선으로 밀려났다"며 "인사의 이유는 1급 간부가 정씨 쪽 사람들과 각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 내에선 A국장이 조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만나면서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권력 3인방'을 비롯해 청와대 핵심 비서관들의 동향 등 첩보를 제공했다는 얘기가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원의 의혹 제기는 박지만 인맥으로 분류되는 조 전 비서관이 지난 4월 공직기강비서관실을 떠난 것과도 연결된다. 조 전 비서관은 올해 1월 작성된 '정윤회 문건'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문건이 작성된 시점 이후 3개월 만에 지난 4월 사퇴했다. 문건을 작성한 박모 경정에게도 '좌천성 원대복귀'가 이뤄졌다. 이후 친인척 관리나 공직자 인사검증 등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업무가 축소돼 민정비서관실로 상당부분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그러나 신 의원의 의혹 제기를 다룬 언론 보도의 진위에 대해선 "보도는 봤다"면서도 "국정원 인사를, 더구나 공개된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어렵다. 양해해달라"고 언급을 자제했다.
그러나 서 의원의 추궁이 이어지자 "염려한 것과 달리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검찰이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과 관련해) 조사한다니 (이 문제를 포함해) 나와 있는 문제들에 대해 조사하지 않겠느냐. 결과를 보고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난 10월 박 회장과 육사 동기인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전격 경질됐을 때에도 군내에서는 청와대 개입설이 나오는 등 인사배경을 놓고 뒷말이 많았다.
이와 함께 '박지만 인맥 좌천성 인사'뿐만 아니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윤회 씨 간 힘겨루기가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 전격사퇴한 배경에 김 실장과 정씨 간 권력암투가 있었다"며 "김 전 위원장이 국가대사인 올림픽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퇴해 많은 이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는데 김 전 위원장의 사퇴가 김 실장과 정윤회 씨 사이의 암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정황과 여러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겨레'는 3일자 신문에서 "정씨 부부는 승마 선수인 딸의 전국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 등을 둘러싸고 특혜 시비 등이 일자 청와대와 문체부 등을 통해 승마협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다수의 승마협회 관계자들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승마협회 감사를 담당했던 문체부 국·과장이 교체됐다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정씨의 일에 직접 개입한 파행인사의 대표적 사례라는 주장이다.
이에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겨레 보도에 대해 "보복성 인사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승마협회 관련 감사는 작년 5월 태권도 선수 아버지가 자살하고, 그런 과정에서 체육계 비리 및 부조리와 관련한 다각적인 조사가 있었다"면서 "(승마협회만이 아닌) 전체 감사를 벌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안민석 의원은 "이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이 회피성 출장으로 이날 상임위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문체부에서 지난 5월 작성한 승마협회 조사보고서를 즉시 제출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