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네 이웃을 사랑하라

2014-11-30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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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고 그들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을 청하는 단체의 광고가 부쩍 늘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연말연시에만 생기는 것은 아닐텐데, 특정 시기에만 이런 일이 주목받는다는게 아쉽다.

분명 주위를 잘 살피면 나보다 힘든 이웃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먹고 사는게 바쁘다는 이유로 고개를 돌리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불쌍한 사람을 가엽게 여기고 그들을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을 심어줘야 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것 같다.

얼마전 한국의 한 뉴스앵커의 클로징 멘트로 이런 내용이 나온 적이 있다.

'한국 청소년의 남과 더불어 사는 능력은 36개국 중 35등, 부모가 아이에게 남에 대한 관용을 가르치겠다는 의지는 62개국 중 꼴찌'.

좀 심하게 얘기하면 한마디로 지금 한국의 부모들은 남이야 어떻게 되든말든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함으로써 남이 행복해지고 동시에 나도 행복해 진다는 삶의 가치는 사라진지 오래다.

정이 없어져 버렸다. '남을 도우면 내가 손해본다'라는 사고가 한국인들을 지배해 버렸다.

서로 양보하고 다른 이를 배려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미국도 이제 그 따뜻함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이달 초 플로리다에서는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던 목사 2명과 90세 노인 한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정해진 장소에서, 시 당국의 승인을 받은 음식물만 나눠줄 수 있다는 새로운 조례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플로리다주의 포트로더데일이라는 시에서는 계속 늘어나는 노숙자 때문에 치안과 관광사업이 악화된다며 이같은 조례를 만든 것이다.

물론 이번에 체포된 목사와 '이웃을 사랑하라(Love Thy Neighbor)'라는 단체를 만들어 이끌고 있는 90세 노인 아널드 애벗 할아버지는 "배가 고픈 누군가를 그대로 놔둘 수 없다"며 음식물 나누기 사역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포트러더데일 시의 조치는 보는 이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관광사업으로 돈을 더 벌자고 어려운 이들을 내버려 두라니, 따뜻한 플로리다에 찬바람이 쌩쌩 분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 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메말라 가는 세태 속에서 각종 구호단체에 모이는 후원금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따뜻함은 살아있는듯 하다.

라티노 이민자들을 돕는 버지니아의 굿스푼선교회와 워싱턴DC 내 노숙자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누는 평화나눔공동체 등 한인들이 주축이 된 민간단체가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인종이 다른 이들마저 따뜻하게 품는 한인 특유의 정을 미 주류사회도 볼 수 있음에서다.

나와 다르지만 내 형제처럼 껴안는 정. 남을 도울 때 나도 행복해지고 우리의 자식들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깨닫는 이들이 있어 아직까지 세상은 살만하다는 말들을 하는가보다.

차에서 라디오를 틀면 벌써부터 하루종일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을 수 있다.

마트 앞에는 구세군이 등장했다. 종을 흔들며 이웃사랑을 외치고 고사리 같은 손의 어린 아이들이 모금함에 돈을 넣는다.

연말연시 때만이라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1년 365일 내내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살아야겠지만 그게 힘들다면 연말이나 연시때만이라도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을 살폈으면 좋겠다.

올해는 정이 넘치는 따뜻한 세상을 나부터 먼저 만들어 나가겠노라 결심하는 그런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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