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등급, 내년부터 무궁화에서 '별로' 일원화…호텔업계 '반색'

2014-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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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전세계 호텔 등급을 나누는 표준안 ‘성급제’(星級制)가 도입되면 호텔 서비스 및 시설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존 ‘무궁화’로 표시됐던 우리나라 호텔등급이 내년부터 ‘별’로 바뀌는 등급제 개편 소식이 전해지자 호텔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에게 모호하게 다가왔던 무궁화 표식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성급제’ 로 바뀌게 되면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관광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방한 외래객 1400만명 시대를 맞아 호텔 등급이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 수준을 정확하게 알리는 지표가 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별이 아니라 무궁화? 방한 외국인 혼란 가중됐던 '등급 표식'

현재 국내 호텔이 사용했던 등급 표식 ‘무궁화’는 지난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만들어졌다.

당시 아시아경기대회와 올림픽대회 유치에 열을 올렸던 정부가 서울 시내 특급호텔 숫자를 부풀리기 위해 특2급 호텔이란 희귀 등급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지금껏 내려온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호텔은 심사기관의 판정에 의해 매겨진 등급에 따라 무궁화 개수를 1~5개로 표시하며 특1급, 특2급, 1급, 2급, 3급까지 차등 적용된다.

그렇지만 국내 호텔에서만 사용되는 이 무궁화 표식이 방한 외국인에게는 모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성급제가 통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궁화로 등급을 표시한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진다.

이들의 혼란은 무궁화 표식 뿐 아니라 호텔의 등급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특급'호텔을 선택할 때 발생한다. 같은 특급호텔이라도 특1급과 2급간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궁화 6개가 별 6개를 뜻하는 건지, 또 특 1급과 2급 중 어떤 호텔을 선택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다. 

이렇다 보니 호텔과 여행사는 국내 등급과는 별개로 이미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5성급과 4성급으로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고 호텔 사업자의 경우 등급에도 없는 6성급, 7성급 같은 수식어구를 동원해왔다. 

호텔 등급제가 개편되면 등급에 따라 별 5개, 4개, 3개, 2개, 1개로 나뉘고 현판 역시 무궁화에서 별로 바뀐다.

◆호텔 등급 표시 국제 표준 맞춘다…객관성․공정성․전문성 강화한 호텔 등급 평가제

외국인 관광객의 혼란을 덜어주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등급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문체부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호텔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고 등급별로 별도 기준을 마련했다.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평가되는 등급 평가 기준은 수정하고 공공기관도 호텔 등급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새로운 등급제 시행 초기인 내년 12월31일까지는 사업자가 원하는 경우 옛 등급기준에 따라 등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등급 평가는 사전에 심사일을 통보하고 평가요원이 방문해 조사하는 ‘현장 평가’와 불시에 방문해 조사하는 ‘암행·불시 평가’의 2단계로 이뤄진다.

현장·불시 평가 기준은 현행 등급 평가 기준을 기초로 현재 호텔 현장과 맞지 않는 항목은 삭제하고 등급별 중요도에 따라 항목 및 배점을 가감해 등급별로 별도의 기준을 마련했다.

특히 4~5성급에 적용되는 암행 평가는 평가요원이 ‘미스터리 쇼퍼'(평범한 손님으로 가장하고 해당 업장을 방문해 업장의 상태와 직원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사람) 방식으로 호텔에서 1박을 하며 조사를 진행, 등급결정시 실제 호텔의 서비스 수준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호텔 등급 결정 업무는 1999년 민간위탁 정책에 따라 2개의 사업자 단체에 위탁 시행돼왔으나 일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져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문체부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기관인 한국관광공사(사장 변추석)에 호텔 등급결정 업무를 위탁할 예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추천하는 암행평가요원 등 등급평가요원으로 위촉된 자는 일정기간의 교육을 이수한 후 등급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 평가의 전문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김철민 문체부 관광정책관은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오는 외래관광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하려면 이들의 재방문율이 높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한국 여행시 만족도가 중요하다"면서 "호텔 등급제도 개선으로 숙박서비스 수준이 제고되면 외래 관광객 만족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이 기초 기반시설임에도 유해한 시설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데 새 등급제도를 통해 이같은 인식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호텔업계, “시설 및 서비스 수준도 국제적으로 업그레이드될 것”  기대감 

호텔 등급제 개선 방안이 담긴 관광진흥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호텔업계는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방한하는 외국인들이 더 이상 혼란을 느끼지 않고 국내 호텔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표준안인 ‘성급제’가 우리나라에 도입·시행된다는 것은 외국계 체인호텔은 물론 해외체인 호텔을 지속적으로 설립해 나가는 국내 자본에도 참 기쁜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동안 특1․2급, 1․2․3급으로 나뉘었던 호텔 등급이 국내에선 사용되지 않았던 5성급, 6성급 등의 등급으로 불리면서 생겼던 잡음이 이번 호텔 등급 개편을 계기로 사그라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다만 등급제 개편에 따라 업계가 짊어져야 할 책임도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나혜 더 플라자 홍보마케팅 매니저는 “호텔 등급제가 성급제로 바뀌면 그동안 한국 기준에서 나뉘었던 특급호텔 기준이 해외 호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선 시설도 한층 업그레이드돼야 하겠지만 서비스 수준 또한 해외 특급호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텔 등급제가 개편된다는 것은 결국 앞으로 국내 호텔들이 시설 및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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