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명박(MB) 정부의 총체적 비리 의혹 규명을 위한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국정조사’가 핵폭탄급 이슈로 부상하면서 연말정국 주도권과 여야 역학구도를 가를 중대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 등 서민증세 논란과 예산부수법안 지정, 공무원연금 개혁안,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인 이른바 누리과정 예산 지원 등 사방으로 흩어진 연말정국 이슈가 결국 사자방 국조와 직·간접적으로 연결, ‘이명박근혜 프레임’의 확정성 여부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극명히 갈릴 전망이다.
◆與, 사자방 딜레마 어찌 할꼬 VS 野, 빅딜 성사에 총력전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안 시한 내 처리는 협상카드가 아닌 헌법과 국민이 명령하는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법인세·담뱃세 빅딜 의혹과 관련, “각각 신중히 논의할 사항이지, 이를 엮어서 딜 하려는 모양새는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원내대표회의를 열고 “여당이 여야 합의는 도외시한 채 재벌 감세의 정상화에는 눈감고, 서민증세를 밀어붙이면서 예산안의 자동부의제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같은 당 이찬열 의원은 “정부여당은 사자방 국조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사자방 국조 요구에 선을 그으면서 민생 프레임을 내걸은 반면 새정치연합은 사자방 국조를 앞세워 법인세 등 중점법안 처리를 위한 ‘패키지 딜’에 나선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사자방 국조가 박근혜 정권 3년차 ‘직전’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45% 안팎의 지지율로 허니문 기간을 잘 소화한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의 전초전인 3년차 때 ‘격랑’ 속에 휘말리면서 역대 정권의 ‘3년차 징크스’를 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MB 그림자 덫에 휩싸인 親朴…민심 향배 어디로
특히 상하이발(發) 개헌의 물꼬를 연 비박(非朴·비박근혜)인 김무성 대표를 시작으로, 친이(親李·친이명박) 소장파인 정두언 의원의 무죄 선고, 정태근 전 의원 복당 등 비박 진영의 세 결집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자방 국조 국면이 여권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정 의원은 국조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사자방 국조를 전면에 내걸은 범야권의 ‘이명박근혜’ 프레임 공세가 박근혜 정권의 국정동력 약화로 이어질 경우 비박진영이 ‘여당 내 야당’을 자처하면서 대통령 힘 빼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세종시 수정안 등을 놓고 친박과 친이가 맞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도 집권 3년차 때 ‘이명박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사자방 게이트 공동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전(前)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와의 단절에 실패할 경우 최대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지점이다.
애초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빅딜카드로 인식한 야권은 사자방 국조 성사 여부에 따라 예산안 처리시한 연장은 물론 △누리예산 교육청 부담(여당)과 교육부 예산 5000억 증액(야당) △담뱃세 인상 관련 부수법안 지정(여당)과 법인세 인상 등 재벌감세 철회(야당) △공기업 개혁(여당)과 비정규직 법안(야당) 간 빅딜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 대대적인 대여공세를 펼칠 방침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사자방 국조 중 ‘사방’ 국조가 될지 ‘자방’ 국조가 될지는 모른다. 일부 카드로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국민이 사자방 국조 보다는 선(先) 예산안 처리를 원할 수 있다. 야권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