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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석 전 포스코ICT 사장(왼쪽)이 지난 18일 포스코센터에서 가진 저서 ‘행복한 리더가 행복한 일터를 만든다’ 출판기념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기념회에는 손욱 전 농심 회장(왼쪽 두 번째)이 참석했다.[사진=포스코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2010년 초 무렵이었다. 손욱 전 농심 회장(현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 센터장)이 문득 녹색 표지의 감사노트 한 권을 제게 건넸다. ‘감사의 마음이 삶에 놀랍고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라는 말과 함께였다. 평소 멘토로 의지하던 손 전 회장의 진심어린 권유라 아무런 거부감 없이 감사노트를 받으면서 한 번 써보겠노라고 대답했다. 감사노트를 받고 집에 돌아온 그 날 저녁, 잠들기 전 감사노트를 펼쳤다. 무엇을 어떻게 적으면 될까, 막막했다. 며칠간 고심하면서 머리를 스쳐가는 모든 것을 담아냈다. 노트에 빼곡히 감사한 마음을 적어 내려가면서 고된 마음이 치유받는 느낌이었다. 곧 감사쓰기는 제 삶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허남석 전 포스코 ICT사장은 지난 18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저서 ‘행복한 리더가 행복한 일터를 만든다’ 출판기념회에 앞서 포스코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행복’이라는 단어와의 진정한 첫 만남의 느낌을 이렇게 전했다.
허 전 사장은 감사편지를 쓰기 시작한 뒤 “업무는 물론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바라보는 제 관점과 마음이 바뀌었다. 저 자신을 전보다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입견을 버리고 사물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볼 줄도 알게 됐다. 그 결과 타인에 대한 관대함과 너그러움이 생기고 포용력이 길러진다는 것도 깨달았다. 더불어 저의 자존감도 높아졌다. 어떤 난관을 만나더라도 굴하지 않고 헤쳐 나가겠다는 긍정의 사고가 제 마음 깊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 삶에서 이처럼 놀라운 경험은 처음이었다. 마치 새롭게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멘토의 권유로 감사나눔을 시작해서 그것이 제 삶을 180도 바꿔놓았다. 이 과정에서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성공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 현재의 순간에서 만족을 느끼며 행복하면 그것이 곧 성공이라는 것, 내가 먼저 바뀌는 순간 삶이 변했고 그것이 열쇠처럼 문제가 순차적으로 풀렸다. 이 모든 순간과 지금의 저 자신이 있기까지 감사하게 되면서 행복전도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고 전했다.
2010년 3월 그는 포스코ICT 사장으로 발령 받았다. 당시 포스코 ICT는 포스데이타와 포스콘이 통합한 직후였다. 기술개발에 성공하고도 시장 창출에 실패해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컨트롤 기술과 정보기술(IT)이라는 서로 다른 업종,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물과 기름 같은 두 기업을 통합해 놓았으니 처음부터 상생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직원들의 성과 몰입도가 현저히 낮았다.
사정을 파악한 허 전 사장은 “‘회사 사장으로서 직원들의 마음에 긍정을 심어주는 것은 나의 최우선 업무’라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찾은 것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감사나눔을 사내문화로 정착시키는 방안이었다”며, 직원들의 마음에 긍정의 불씨를 심어주고자 ‘1일 1선행’, ‘1달 2권 책 읽기’, ‘1일 5감사쓰기’의 ‘행복나눔125’를 도입했다. 사내 임원진부터 먼저 실천하면서 감사나눔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점차 직원들간 자율활동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도입 초기에는 제 기대와는 달리 직원들이 상처받은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않았다. 편안한 공간에서 여유로운 감사쓰기를 경험하기 위해 직원들과 가나안농군학교에 입교해 ‘100감사 쓰기’ 활동을 했다”며, “처음에는 생소하게 느끼던 직원들이 새로운 공간에서 가족들에게 쓴 100감사의 메아리가 얼마나 대단하지 그 위력을 체험했다. 이를 계기로 팀 단위로 감사나눔의 불씨를 키워 공유하면서 매일 아침 ‘1일 5감사쓰기’를 실행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3년에는 감사경영추진반을 맡아 계열사별 고유의 감사나눔활동을 지원했다. 그 일환으로 분기별로 포스코그룹을 순회하면서 임직원에게 체계적인 감사나눔 코칭을 제공하는 한편 감사나눔 불씨를 양성했다. 이를 통해 긍정 소통 문화를 배양하면서 감사나눔이 최고의 툴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로또에 당첨이 된다면 감사한다’ ‘승진을 하면 감사한다’ ‘배우자를 만났기 때문에 감사한다’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감사한다’고 적던 직원들이 자신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감사함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어떤 직원은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직원은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자신의 내면에 잠재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조직문화도 크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감사나눔활동이 긍정성을 배양해 감사문화의 토양을 마련했고, 그것이 일하는 방식으로 이어져 각종 나무와 열매를 자라게 한 것이다.
허 전 사장은 “요즘은 저성장·고실업으로 모든 이들이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다. 시대 구성원들이 행복하지 않아 기업이 성과가 나지 않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신의 직장’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직장문화가 변하기 위해서는 조직원 모두가 변해야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직원들이 마음의 근육을 단련할 수 있도록 리더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조직의 리더가 직원들 이야기에 경청하면서 적극 격려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이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한 소속감을 느끼면서 감사나눔의 삶을 추구하고 나아가 기업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허 전 사장은 “나비효과같이 감사나눔의 문화가 한국형 행복사회 탄생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모든 기업이 감사경영으로 행복한 일터를 구현하고 나아가 감사나눔으로 행복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모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작은 힘이 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