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요우커 버블 언제까지? … “대책 마련 시급하다”

2014-11-19 15:15
  • 글자크기 설정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에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로 인해 명동 일대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전운 기자 = "환잉광린 진라이칸이샤(환영합니다 들어와서 한번 보세요)"

요우커(중국 관광객)를 상대로 점원들이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는 명동거리. 이 곳은 넘쳐나는 요우커로 인해 주말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특히 중국의 최대 연휴인 춘절과 국경절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는 10년전 50여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년 1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는 430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같은 추이를 볼 때 올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은 600여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요우커 특수 ‘버블’로 끝나나?

요우커로 인한 연간 경제적 효과는 13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분간 이같은 특수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무조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요우커 특수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높아가고 있다.

지금의 특수에 만족해 좀 더 수준 높은 여행문화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으면 요우커 특수는 사실상 ‘버블 현상’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조사한 외래관광객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의 재방문율은 타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일본인은 69%에 달하는 반면 중국인은 26%에 그쳤다.

15억명이라는 인구 특성 때문에 현재는 어마어마한 관광객이 몰려든다고 느껴지지만, 재방문율을 감안하면 향후 요우커 수는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요우커의 국내 1회 방문시 총 지출 경비는 2523달러로 다른 국가 여행객에 비해 월등히 높았지만, 절반 이상(1431달러)이 쇼핑에 지출됐다.

그 다음으로는 숙박비(386달러), 식음료비(344달러), 교통비(95달러) 순이었다. 하지만 오락(95달러)‧문화(101달러) 관련 비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요우커들의 재방문율이 낮을 수밖에 없음을 입증하는 또다른 대목이다. 쇼핑만 목적으로 하는 여행상품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하이난에 지난 9월 세계 최대 면세점을 세우고, 여유법 개정을 통해 자국민의 해외 지출을 줄이는 등 한국으로 향하는 요우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저렴하고 짝퉁이 없다는 것이 한국 면세점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요우커에게 확실한 메리트를 주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중국이 하이난 면세점을 세우고 여유법을 개정하는 등 자국민의 해외 지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면서 지금의 요우커 특수가 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요우커 구매 1위 품목인 화장품의 인기도 언제까지 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를 방문하는 요우커 중 73%가 향수와 화장품을 구매했다.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 여배우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2~3년동안 명동 등 화장품 매장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최근 체결된 한중 FTA 등으로 중국 수출용 화장품의 관세가 철폐되면, 요우커들이 국내에서 화장품을 구매할 이유는 없어지게 된다.

중국에서의 고가 정책, 운송료 등으로 중국 현지 판매가가 한국보다 높기는 하겠지만, 6~10%의 관세 철폐는 요우커 특수를 실종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에서 한류 바람이 수그러들어 일본인 관광객이 줄고, 국내 상품 판매량이 줄어든 것처럼 중국내 한류 바람이 수그러들 경우 화장품을 비롯해 국내 유통업체들이 입을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요우커 위한 문화 콘텐츠 개발 절실

요우커의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문화 콘텐츠 개발이다. 단순히 특정 상품의 쇼핑을 무기로 방문을 유도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는 한류 열풍으로 단순히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고, 한국 음식을 몇가지 맛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좀 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례로 최근 관광차 방한했던 중국인 양위 씨(여·32)는 가족함께 서울의 한 가정을 방문해 손수 차려준 밥을 먹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며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다.

양위 씨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따뜻한 환대와 맛있고 정성그런 한식에 이내 감동했다"며 "전 부치기, 한복 입기, 산책, 윷놀이 등을 즐길 수 있어 한국의 묘미를 제대로 즐기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반 가정에서 정성껏 밥상을 차려 대접하는 '집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최근 한국관광공사에서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그밖에 해양수산부가 전국의 5개 어촌계를 '국제 관광 어촌체험 마을'로 개발해 선보인 상품도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로부터 호평 받았다.

재방문율은 낮고 싸구려 관광으로 논란이 많은 요우커 관광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결과다.

또 한국의 인삼은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없어서 못먹을 정도로 진귀한 상품으로 요우커들에게 인식돼 있지만, 국내 인삼업계는 단순히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요우커를 위한 제품 개발과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인삼밭 및 제조시설 체험 등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요우커들에게 색다른 문화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인과 관광객을 초청해 한국의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한국 인삼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요우커 특수는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눈 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현재 방식은 한국 관광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 아니라 한국의 관광 가치와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모두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