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코스피가 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 시행 첫날인 17일 사흘 연속 약세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매도 공세를 이어간 영향이 컸다. 다만 낙폭은 0.1% 미만으로 후강퉁에 따른 충격이 크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코스피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0.08%(1.51포인트) 하락한 1943.63을 기록했다. 개인 및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787억원어치와 321억원어치를 내다팔며 쌍끌이 매도에 나섰다. 기관이 168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주요 증권사는 후강퉁 탓에 외국인이 자금 일부를 빼내 중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면서 단기적인 수급 악화를 우려해왔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후강퉁으로 외국인에게 거래가 허용된 중국 상하이 A증시는 이날 0.20% 하락 마감하기는 했지만, 1% 넘게 오른 채 거래를 시작했다. 후강퉁에 따른 외국인 하루 거래한도(130억 위안)도 장이 끝나기 전 모두 소진됐다.
미리 선취매한 중국 본토 투자자가 매물을 내놓는 가운데 이를 받아줄 외국인 한도가 부족했던 게 이날 약세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중국은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매매차익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3년 동안 면제하고 배당소득세도 20%에서 10%로 낮춰주기로 했다. 앞으로 중국 주식으로 빠져나가는 외국인 자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세제혜택 결정은 중국 정부가 본토증시 활성화와 자본시장 개방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초기 본토 증시에 대한 유입자금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후강퉁이 우리 증시뿐 아니라 중국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 외국인은 이날 매도 규모를 줄였으며 선물시장에서는 5887계약을 사들였다.
되레 3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부진한 데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가 우리 증시에 더욱 큰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달러당 엔화 환율은 117엔까지 치솟았다가 차익실현 매물로 115엔까지 밀렸다. 원·달러 환율도 1102원까지 올랐다가 1093.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통상 아시아 국가 증시가 상하이종합지수와 연동돼왔는데 하반기 들어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이 사는 종목이 없지 않은데다 선물시장에서 순매수하는 것을 보면 후강퉁 영향은 미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아직 글로벌 펀드에서 아시아 신흥국 비중은 극히 적다"며 "후강퉁으로 아시아 시장 전반에 유동성이 확대되면 우리 증시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