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통계청과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당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대(對) 일본 수출액은 244억4000만달러로 한국의 전체 수출액 4253억7천만달러 중 5.7%를 차지했다.
3분기 누적기준으로 대 일본 수출 비중이 이처럼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정부 당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6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같은 기간에 24.9%의 수출 비중을 차지한 중국의25%, 12.0% 비중인 미국의 50%에 불과하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가 가장 밀접했던 1973년에는 대일 수출의 비중이 36.8%에 이르기도 했다.
같은 기간에 일본으로부터 수입액은 403억3000만달러로 전체 수입액 3천962억1000만달러의 10.2%에 달했다. 이 역시 3분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6년 이후 근 반세기만에 최저치다.
일본과의 교역이 줄어드는 것은 한국이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수출·수입원을 다변화한데다 일본이 무제한 양적·질적 완화를 표방하는 아베노믹스를 지난해초부터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본원통화량을 연간 60조~80조엔씩 늘리면서 엔·달러 환율은 2012년말 달러당 86.76엔에서 최근에는 116엔대로 올라 엔화 가치는 33% 절하됐다. 원화 가치 또한 일정 부분 절하됐음에도 엔화 가치 절하 속도가 워낙 빨라 같은 기간의 원·엔 재정환율도 100엔당 1234.2원에서 940원대 중반으로 23% 내려갔다.
이런 영향을 받아 한국의 대 일본 수출 증가율은 2012년 -2.2%, 2013년 -10.7%, 2014년 1∼9월 -4.6%로 3년째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도 2012년 -5.8%, 2013년 -6.7%, 올해 1∼9월 -11.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의 수출 증가로 이어져 한국 입장에서는 대일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이 수출단가 인하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한국은 내수와 소비 위축에 따른 수입 둔화 측면도 있어 대 일본 수입 증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선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관광업계다. 올해 들어 한국으로 입국한 일본인은 총 17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줄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최근 추가 양적완화 등 여파로 일본과의 '경제적 거리'는 더욱 멀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엔저 2년, 일본 수출입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엔저에 따른 일본 기업의 수익성 개선은 연구개발(R&D) 투자로 이어져 향후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인 수출단가 인하에 나서면 한국 수출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도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국내 금융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소"라면서 "우리 정부도 경기 둔화를 막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쪽으로 거시·금융정책을 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