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등으로 주거복지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층 청년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주거형태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협동조합을 결성해 주택을 매입 또는 임대해 조합원들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를 놓는 '달핑이집'이 그 것이다.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위치한 ‘달팽이집 2호’를 찾았다. 경의선 가좌역과 가재울뉴타운을 지나 골목길에 접어드니 지상 4층 높이의 다세대 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흰색으로 외벽을 칠해 외관이 깔끔했고 1층은 필로티 구조로 주차공간을 마련했다.
가구수는 201·301·401·402호 총 4가구로 구성됐다. 201·301호는 전용면적 61㎡ 방 2개 구조로 최대 4명이 2인 1실로 사용할 수 있다. 거실·화장실·주방·발코니는 공용 공간이다. 2인 1실 거주 시 1인당 임대료는 보증금 60만원에 월 23만원 선으로 주변 시세 60% 수준이다. 401·402호(전용 45~53㎡)는 복층 구조로 2인 가구 전용으로 신혼부부 등이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1층이 화장실·침실로 이뤄졌고 2층은 주방·거실에 다락까지 마련돼 실제 사용면적은 약 6~13㎡가 더 주어진다.
달팽이집은 청년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설립한 사회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이 협동조합을 통해 마련한 주택이다. 달팽이집 2호 바로 옆에 위치한 달팽이집 1호에는 앞서 지난 7월 선정된 5명의 조합원이 입주했다.
민달팽이 유니온의 협동조합은 20~30대 젊은층 150여명이 모여 결성됐다. 조합원당 3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대까지 출자했다. 이번 달팽이집 2호는 기존 집주인에게서 5년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조합에게 월세 형태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세입자의 상황을 고려해 6개월 단위부터 계약을 체결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준해 갱신이 가능하다.
입주자는 운영위원과 협동조합원, 외무전문가 등 3명으로 구성된 면접관의 면접과 예비입주자 교육 등을 통해 선별한다. 공동 주거에 지장이 없는 조합원을 입주대상자로 선정하고 여러 차례 모임을 통해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단체 임경지 세입자네트워크 팀장은 “청년들은 공동 주거 방식을 지양하고 모여도 소음 등으로 주변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선입견이 있다”며 “입주 전부터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공동 주거를 이해하고 입주 후에도 봉사활동 등을 진행하며 지역사회에도 보탬이 되는 공동체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달팽이 유니온에 따르면 달팽이집 2호 임대료를 포함한 총 사업비는 약 7억원이다. 주택 한 채를 통으로 임대하다 보니 사업비 지출이 큰 것이다. 협동조합의 자본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사회투자기금을 통해 사업비의 70% 가량을 충당할 계획이다. 오는 18일 이 지원 여부가 확정될 예정으로 큰 변수가 없는 한 지원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게 민달팽이 유니온측 예상이다.
이 단체는 단순 달팽이집 공급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청년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활동을 펼칠 방침이다. 우선 주택 임대에 고민하고 있는 집주인들을 대상으로 임대 관리를 대행하면서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소규모 임대관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 공실로 남은 게스트하우스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