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영이 KLPGA투어 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 2라운드에서 퍼트한 후 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회장 구자용) 투어 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10월31일∼11월2일·레이크힐스용인CC)이 끝난지 1주일이 넘었다. 그 대회에서 한 선수에게 내려진 벌타가 골퍼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당사자는 투어 2년차인 박신영(20·대방건설)이다. 박신영은 최종일 선두를 달리던 중 14번홀(다이아몬드코스 5번홀·파5)에서 벌타를 받고 챔피언 허윤경(SBI저축은행)에게 2타 뒤진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상황
14번홀 그린은 2단으로 돼있다. 그날 홀은 2단 그린에 파였고, 박신영의 세 번째 샷은 1∼2단 그린의 중간에 박히면서 멈췄다. 박신영은 볼과 볼마커를 함께 놓은 상태에서 퍼트하려고 볼에 다가갔다. 이 때 볼이 경사를 타고 홀 반대편으로 30cm정도 굴러내려갔다. 박신영은 당황한 나머지, 그 볼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경기위원이 왔다.
경기위원은 자초지종을 듣고 경기위원장과 상의끝에 1벌타를 내렸다. 움직이고 있는 볼에 플레이어가 터치할 경우 우연이라면 1벌타(규칙 19-2), 볼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행동이었다면 2벌타나 실격(규칙 1-2)이 부과된다. 경기위원회에서는 ‘박신영이 당황한 나머지 볼에 손댔으므로 고의라고 볼 수 없고, 우연히 그랬다고 봐야 한다’며 1벌타를 부과했다.
◆벌타 논란 증폭
이 상황을 지켜본 골퍼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KLPGA 홈페이지에 갖가지 의견을 올렸다. ‘왜 벌타냐?’ ‘볼마커를 둔 상태에서 볼이 움직이면 볼을 원위치하면 될뿐 아니냐?’ ‘유명 선수가 우승할 수 있도록 편파적인 판정을 한 것이 아니냐?’…. 마침내 경기위원장이 홈페이지(자유게시판)에 당시 상황과 판정 근거에 대해 글을 올려 논란이 가라앉는가 했으나 규칙에 관심있는 골퍼들 사이에서는 아직 화제가 되고 있다.
◆왜 벌타인가
그린에서 집어올린 볼은 다시 놓았을 때 인플레이 볼이 된다. 볼마커를 볼과 함께 놓았든, 볼마커를 치웠든 상관없다(규칙 20-4, 재정 20-4/1). 따라서 박신영의 볼은 인플레이 볼이었다. 인플레이 볼이 움직이고 있는데 플레이어가 집어들었으므로 플레이어게 벌타가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1벌타냐, 2벌타냐’만 문제다.
경기위원회에서는 움직이는 볼을 집어든 것에 고의성은 없고, 우연히 그랬으므로 1벌타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국프로골프협회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심지어 배상문까지도 2벌타가 맞다고 주장한다(재정 1-2/5.5). 그러면서 존 데일리, 카밀로 비예가스, 데이비드 톰스, 닉 팔도 등에게서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모두 2벌타를 받았다고 예를 든다. 그들은 “플레이어가 움직이고 있는 볼을 집어든 행위는 이미 볼의 움직임에 영향을 준 것”이라며 “엉겁결에 집어들었다고 해서 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어떤 이는 “교통사고가 나자 당황한 나머지 차를 몰고 저만큼 갔다면 그것도 ‘고의성 없음’으로 보는가?’라고 묻는다.
골프에서 경기위원회의 판단은 존중된다. 2013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가 잘못된 드롭을 한 후 ‘오소(誤所) 플레이 벌타’를 반영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것이 밝혀졌는데도 실격 대신 2벌타를 부과한 것도 경기위원회였다.
박신영에게 1벌타를 부과키로 한 경기위원회의 판정에 제3자가 이의를 제기하기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 다만, 우리 선수들이 미국이나 일본 투어로 나가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한국에서는 1벌타였는데요?”라고 하지 않을까 우려될 뿐이다.
◆벌타 후에는 어디에서 치는가
경기위원장은 박신영에게 1벌타를 부과한 후 원위치(볼마커가 있던 자리)에 갖다놓고 치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잘못이다. 규칙 19-2를 적용하든, 1-2를 적용하든 이 경우 플레이어가 벌타를 받은 후에는 볼이 멈춘 곳에서 플레이를 속개해야 한다. 박신영은 원위치가 아니라, 볼을 집어든 곳에 플레이스를 하고 다음 플레이를 했어야 한다. 경기위원장의 판정에 따라 했기에 망정이지, 선수 임의로 볼을 원위치에 갖다놓고 다음 플레이를 했다면 오소 플레이로 2벌타를 추가로 받아야 할 판이었다.

KLPGA투어 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 1라운드 때의 박신영. 그는 3라운드에서 움직이고 있는 볼을 집어들어 벌타를 받았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