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타결] 협상에서 타결까지 30개월의 긴 싸움

2014-11-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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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30개월간의 치열한 접점끝에 끝내 타결됐다.

10일 통상당국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4차 협상에서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열띤 논의가 오갔다.

이번 협상에 우리측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중국측은 가오후청 상무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나서면서 타결 기대감을 한층 키웠다.

이처럼 양 장관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유는 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베이징 정상회의 기간에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월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조기 타결에 대해 이미 의견을 모았다. 중국 측은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우리 측에 APEC 베이징 정상회의 때 타결하자는 의사를 전해왔다. 이에 양국 통상장관이 지난 2012년 5월 1차협상 이후 처음으로 협상에 나서게 된 것이다. 

협상을 사흘 앞둔 3일에는 우리 측 실무대표인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해선 양보할 수 없다"며 중국의 결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APEC 정상회의 기간에 자신의 앞마당에서 한중 FTA 타결을 선언해 아시아 역내 위상을 과시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고려해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월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조기 타결에 대해 이미 의견을 모았다. 중국 측은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우리 측에 APEC 베이징 정상회의 때 타결하자는 의사를 전해왔다.


그동안 13차례의 공식 협상을 통해 협정문에 들어갈 22개 장(章) 중에서 16개장에 대해서는 이미 타결이나 의견 접근을 이룬 상태다. 하지만 14차 협상에서 목표로 세운 일괄 타결은 예상만큼 쉽지 않았다는 게 통상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상품과 원산지 기준 등의 분야에서 난항을 겪었다. 양측은 2013년 9월 7차협상에서 협상 기본지침인 모델리티를 마련하고 상품 분야에서 품목수 기준 90%, 수입액 기준 85%를 자유화(관세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등 다른 나라와 맺은 FTA에서 100% 가까운 자유화와는 성격이 다르다. 중국과의 FTA에서는 이보다 낮은 수준의 개방을 하는것은 농수산물(한국)과 공산품(중국)에 대한 두 나라의 민감성을 반영한 것이다.

자유화 대상은 일반 품목군(FTA 발효 즉시∼10년 내 관세 철폐)과 민감 품목군(10년 이상∼20년 내 관세 철폐)으로 나뉜다. 나머지 품목수 기준 10%, 수입액 기준 15%는 초민감 품목군으로 분류해 관세 장벽을 유지한다.

당시 우리 측은 1만2232개 품목 가운데 수출 주력 품목인 석유화학·기계·정보기술(IT)은 일반 품목군에, 기계·전기기기는 민감 품목군에 넣었다. 주요 농수산물과 중소기업 제품은 초민감 품목군으로 분류했다.

반면 중국은 농수산물을 조기 개방 품목에 넣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석유화학·IT 등은 초민감 품목군으로 분류하거나 조기 개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한국은 공산품의 조기 개방을, 중국은 높은 수준의 농수산물시장 개방을 상대방에게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양국 모두 자국 산업에 대한 파급력을 고려해 물러설 수 없다며 강경히 맞섰다.

양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이 아니면 관심권에서 벗어나 타결의 기회를 잡기 어렵다고 판단, 통상장관 대면 이후 릴레이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면서 양측의 입장차이를 좁혀나갔다.

쟁점 사항을 추려 한국은 일부 농수산물을 초민감 품목군에서 20년 이내 관세철폐 대상으로 옮기고, 중국은 일부 공산품의 개방 시기를 일부 앞당기기로 했다.

또 6일 밤샘 실무협상을 거치며 이뤄진 원산지 기준 합의사항을 8일 오후 중국이 번복하며 기준 강화를 요구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한국으로서는 원재료와 부품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출품이 줄어든다는 조건이었다. 이에 양측은 그날 계획한 밤샘 협상을 취소하는 등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결국 상대방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원하는 보호 품목은 가능한 한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막바지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산품과 농수산물의 개방 범위와 수위, 원산지 기준의 일부 쟁점에 대한 결론이 실무협상에서 나지 않으면서 마지막 난관에 봉착했다. 이에 양국 통상장관이 막판 '빅딜(일괄타결)'에 나섰다.

정상회담을 4시간가량 앞둔 10일 오전 7시 윤상직 장관과 가오후청 상무부장이 만나 극적으로 최종 합의점을 찾았다. 이후 두 나라 정상이 타결 선언을 하면서 30개월을 끈 협상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중 FTA는 과거 우리나라가 미국, EU와 맺은 FTA가 협상 개시부터 타결까지 각각 10개월(추가협상기간 제외), 26개월 걸린 것과 비교하면 그만큼 진통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통상당국 고위 관계자는 "우리로서도 일본 등 경쟁국에 앞서 13억 인구의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과 FTA를 맺어 수출 확대와 시장 선점을 하게됐다"면서 "APEC 무대에서 '수출 코리아'의 입지 강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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