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홈플러스 개점 연기…다른 대형마트에도 영향 미치나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홈플러스가 '을의 횡포'에 대해 호소하고 나섰다. 

세종시에 처음으로 오픈하려는 매장이 중소슈퍼마켓조합과의 갈등으로 연기되면서 부터다.

홈플러스 세종점은 이미 5년 전부터 오픈이 계획됐다. 하지만 개점을 1년 앞두고 외지에서 들어온 소수(10여명) 중소유통업자가 개점을 막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다른 대형마트 출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날로 예정된 세종신도시점 개점을 돌연 연기했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세종시 서남부슈퍼마켓 사업 협동조합과 4차례에 걸쳐 사업조정을 진행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조합 측은 인구가 13만5000명에 불과한 세종시에 대형마트가 잇따라 출점하면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면서 세종시와 정부에 인구 규모에 따라 대형마트 개점을 제한하는 '총량제' 조례 제정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홈플러스에 주변 식당을 상대로 한 식자재 영업 자제, 일요일 의무휴업, 배달 가능 물품 구매액 하한선 상향조정 등을 요구해왔다.

조합 측은 3차례 자율조정 회의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자 지난 5일 예정된 4차 회의에는 불참했다.
 
중소기업청은 조합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세종점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

일시정지 권고는 법적인 강제력은 없지만 홈플러스는 개점을 연기한 채 협상을 계속할 방침이다. 다만 홈플러스는 이미 오래전에 확정된 대형마트 개점을 급조된 슈퍼조합이 방해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에 공지된 대형마트 개점에 대해 1년전 외지에서 들어온 소수 인원이 지난 6월 결성한 슈퍼조합이 사업조정 신청을 한 것은 신종 '알박기'"라며 "슈퍼마켓협동조합이 합의 조건으로 터무니 없는 금액 등 받아 들이기 힘든 사항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소수의 이기주의가 10만명이 넘는 세종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라며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고르고 살 소비자 권리가 침해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점이 장기간 연기되면 입점 예정 임대점주와 협력업체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민의 불편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중소 슈퍼마켓과 갈등 속에 빚어진 홈플러스의 개점 연기는 연말부터 내년까지 계획된 다른 대형마트의 출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홈플러스 세종신도시점은 중심상업지역인 어진동 1-5생활권에 위치하며, 이마트는 12월 중 세종시 첫마을 인근인 가람동 S-2생활권에 점포를 낼 예정이다. 하나로마트도 내년 5∼6월께 세종시에 점포를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