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이라크 쿠르드원유, 국내 도입 난항…정유업계 '발 동동'

2014-11-0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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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이라크 쿠르드산 원유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국내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헝가리 최대 정유업체 몰(MOL)사는 최근 쿠르드 원유를 정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쿠르드 원유가 국제가격보다 최소 배럴당 1달러, 최대 4∼5달러 저렴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은 당초 쿠르드 원유 수출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이라크 중앙정부에 동조했다. 하지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함께 IS에 맞서는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자금줄을 눈감아주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미국 휴스턴 지방법원은 8월 말 쿠르드 원유를 선적한 유조선에 대한 압류 명령을 파기해 KRG가 미국 항구에 원유를 하역할 수 있게 물꼬를 터줬다. 이 유조선에는 쿠르드가 미국 정유업체에 팔기로 한 원유 100만 배럴이 실렸다.

재고손실·정제마진 하락 등 유가 급락의 후폭풍을 맞은 국내 업체들의 형편도 별반 다르지 않다.

SK에너지는 3분기 정유 사업에서 2261억원, 에쓰오일은 186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GS칼텍스는 2493억원의 적자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KRG의 독자적인 원유 수출을 막으려는 이라크 중앙정부의 압박에 국내 쿠르드 원유 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이라크산 원유 도입량은 GS칼텍스 2600만2000 배럴(전체 도입량의22.0%), 현대오일뱅크 177만6000 배럴(3.1%), SK에너지 10만1000 배럴(0.1%) 순이다.

이 상황에서 만약 쿠르드 원유를 들여오면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거래선은 막히고, 향후 석유개발사업 입찰에서도 배제된다.

SK에너지는 2007년 한국석유공사 등 8개 기업으로 구성된 코리아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쿠르드 바지안 광구의 개발 사업권을 따냈지만, 이라크 중앙정부의 원유 수출 금지가 1년간 이어지자 결국 사업권을 포기했다.

중앙정부의 방해는 운송비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쿠르드 원유는 이라크 항구를 이용하지 못하고, 인접한 터키 파이프 시설을 통해 세이안이나 키프로스 등지로 돌아 나오기 때문에 운송비가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이라크의 수송 경로가 막힌 이상 운송비가 원가 절감액을 상쇄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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