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개편’ 칼자루 쥔 선거구획정위, 국회 겉옷 벗을 수 있을까

2014-11-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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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제 개편-2] 선관위 이전 공감대…입법부 권한 침해 ‘위헌’ 제기 가능성

새누리당이 향후 선거구 재획정에 대해 어떤 계산법을 내놓을 지는 차치하고라도, 4일 김무성 대표가 말한 것처럼 당장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 밖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대가 큰 것은 분명해 보인다.[사진제공=국회 사무처]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3대 1로 허용한 현행 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정치권에 ‘선거구제 개편’이란 화약고가 투하됐다. 한국 정치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거대한 카르텔 속에 갇혀있다. 2017년 체제를 향해 달려가는 한국 정치는 승자독식의 폐단을 타파할 수 있을까. 이에 아주경제는 총 3회 기획을 통해 87년 체제 이후 한국 정치를 지배한 하나의 큰 흐림이자 사회 갈등의 축인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길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개인적으로 선관위에서 (선거구 획정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결정은 ‘정개특위’에서 하는 것이다”

집권여당 수장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4일 헌법재판소발(發) ‘블랙홀’ 이슈로 부상한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에 대해 밝힌 소신이다.

김 대표는 전날 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문수)가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두고 선거구 획정을 맡기는 방안을 확정한 것에 개인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혁신위에서 나오는 모든 게 안이지, 결정이 될 수 없다”며 당 소속 의원들의 전체 의견을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향후 선거구 재획정에 대해 어떤 계산법을 내놓을 지는 차치하고라도, 김 대표가 말한 것처럼 당장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 밖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대가 큰 것은 분명해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도 이날 선거구 재획정과 관련해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선거구 획정 기구가 독립적으로 (선거구 획정안을) 결정하고 국회가 이것을 존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구역표’ 개정을 할 수 있어, 이번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선거구 재획정의 칼자루를 쥔 곳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선거구의 공정한 획정을 위해 선거구획정위를 국회에 두고,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 협의를 통해 학계나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및 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천하는 11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현역 국회의원이나 정당원 등은 선거구획정위원이 될 수 없다.

겉으론 획정위가 현역 의원이나 정당원을 배제해 여야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선거 6개월 전까지 선거구획정위가 국회의장에 안을 제출하는 현행 방식 자체가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행 선거구획정위는 국회의장 산하의 자문기구일 뿐, 여야에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앞서 19대 총선을 앞두고 획정위는 선거구 조정에 대해 2011년 11월 7곳 분할, 12곳 통합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야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3곳을 늘리고 2곳을 통폐합했을 뿐이다.

겉으론 획정위가 현역 의원이나 정당원을 배제해 여야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선거 6개월 전까지 선거구획정위가 국회의장에 안을 제출하는 현행 방식 자체가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격’이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구획정위의 이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사진=SBS 화면 캡처]


때문에 이번 기회에 선거구획정위를 국회가 아닌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두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의 최종권한을 선관위로 이관하자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에 4건이나 계류돼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이상민 의원,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박성효 새누리당 전 의원 등이 제출한 것들이다.

이 법안들은 획정위원의 대상과 획정절차, 획정위 안의 구속력 등 각론에서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여야에 선거구 획정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인식은 동일하다.

외국에서는 어떠할까. 선관위에 따르면 영국과 독일, 캐나다, 호주 등은 중립적 위원회가, 프랑스와 일본은 정부 산하기구가 선거구획정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에 대한 의회의 권한도 우리는 국회가 선거구획정위의 의견을 존중하되 수정할 수 있는 반면, 영국과 독일은 의회가 중립적 위원회의 결정에 가부만 가능하고 수정은 불가능하다. 호주와 캐나다도 의회의 수정기능이 없다. 다만 일본은 의회에서 수정이 가능하다.

일단 선관위 측은 획정위 이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문상부 선관위 사무총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회에서 합의해 선관위에 맡기면 공정하게 (선거구 획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위가 실제로 선관위 소속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한데다, 국회의 수정권한이 없을 경우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선관위가) 가져오는 의안을 국회가 그대로 수정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입법부(국회)의 심의·의결권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헌법에서 보장된 입법권이 침해된다”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조만간 정치개혁특위를 가동해 선거구획정 조정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선거구획정 주체를 제3의 독립기구에 맡기는 문제는 여야 모두에게 녹록치 않은 난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당장 ‘밥그릇’이 걸린 현역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여야 지도부 모두가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선거구 재획정을 둘러싼 ‘게리맨더링’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4·11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야는 전체 국회의원 의석수를 기존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려 ‘밥그릇 나눠먹기’란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구 의원이나 보좌관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구태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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