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명동거리가 요우커 등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유대길 기자]
일부 몰상식한 안내원이나 우리 역사·문화에 대한 지식이 짧은 무자격 중국어 관광가이드들이 요우커(遊客·중국인관광객)에게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안내한 사례들이다. 무자격 가이드에 의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는 우리나라 관광안내의 실상은 경악할만하다. 요우커 가이드의 실태와 문제점, 개선책들을 본다.
◆자격 갖춘 관광통역안내사 50% 미만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사장 변추석)는 올해까지 방한하는 중국인 수가 6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체 외국인의 44%를 넘는다.
문제는 자격이 없는 저급 관광통역안내사가 많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에 따르면 현재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는 6400여명이지만 이중 자격을 갖춘 안내사는 50%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행업계에서는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의 70~80%가 무자격 가이드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10월16일 출범한 서울관광경찰대가 출범 이후 1년동안 적발한 무자격 중국어 관광가이드는 360여명에 이른다. 대부분 한국어를 능통하게 하는 조선족들이 자격증 없이 가이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가이드의 60~70%는 무자격 조선족이나 화교 출신이라는 것이 업계에 나도는 공공연한 얘기다.
◆관광통역안내사들, “무자격 가이드로 인해 한국 관광에 반감 가질까 우려”
중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5년동안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S씨(42)는 "고객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바쁜 일정과 여행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쇼핑을 해야만 하고 그러다 보니 고객에게 한국의 매력 포인트를 보여주기보다는 쇼핑과 옵션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SNS(소셜네트워크)가 보편화되면서 한국 관광에 대해 중국인들의 반감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경찰들이 무자격 가이드를 단속하기는 하지만 이 문제와는 별개로 저가 상품으로 어쩔 수 없이 질 낮은 서비스가 제공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제도를 강화시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씨를 포함한 유자격 가이드들은 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입을 모은다. 요컨대 가이드 자격증 취득 이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광통역안내사를 대상으로 재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한국관광의 품질을 높이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가상품 판매 여행사, 무자격 가이드 고용 ‘빈번’…전문가, "유자격 가이드 고용 의무화해야"
여행업계에서는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일부 여행사들이 빈번하게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자격 가이드에게는 하루 일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무자격 가이드에게는 별도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쇼핑 수수료만 제공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따라 저가 패키지 관광상품에서 발생하는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하는 일이 여행 업체들 사이에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는 엉터리 관광안내와 설명은 물론 저질 상품 강매 등으로 이어져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여행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관광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격을 갖춘 가이드들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필수적이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전문 교육을 받은 대상자들이 자격증 취득 후 현장에서 활동하면 국내 관광의 질은 분명 더 나아질 것"이라며 "정부부처 및 관계자들이 전문 가이드 양성 시스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